“지방 집 있지만, 서울에 한 채 더” 늘어나는 외지인 상경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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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집값 밀어올리는 상경 투자

전북 전주에 사는 40대 김모씨는 최근 아내와 함께 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아파트 ‘임장(현장방문을 일컫는 부동산시장 용어)’을 다녀왔다. 주식투자 등을 통해 여윳돈이 생겨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김씨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서울 아파트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를 고민 중”이라며 “투자 차원에서라도 분명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씨처럼 지방에 거주하면서 서울 아파트 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례가 늘고 있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매입자 4840명 중 1061명(21.9%)은 서울 외 거주자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를 산 외지인이 월간 1000명을 넘은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올해 1~4월 서울 아파트 매매 총 1만3443건 중 3031건(22.5%)이 외지인의 ‘상경 투자’였다.

전체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는 가운데 외지인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거래(4840건)는 1월(2456건)보다 두 배가량 늘었고, 1년 전(2981건)과 비교하면 62.4% 증가했다.

‘상경 투자’가 늘어나는 건 서울 아파트 시장에 ‘갭투자’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상경 투자자 대다수는 실거주보다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수한다. 지난해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로 서울 아파트 갭투자에 대한 세 부담이 줄었다. 지난해 1월 정부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서울 대부분이 비규제지역이 되면서 2년 이상 실거주하지 않아도 1가구 1주택의 경우 12억원까지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6주 연속 오르면서 갭투자가 수월해진 측면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일주일 전보다 0.12% 오르면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요즘처럼 매맷값보다 전셋값이 더 오르면 둘의 차이가 줄어든다. 이를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로 나타내는데,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 4월 기준 54.5%로 지난해 말(53.7%)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는 급락 가능성이 적은 ‘안전자산’이란 인식도 한몫한다. 2022년 하반기부터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아파트값 하락이 진행됐는데, 이후 서울·수도권만 빠르게 반등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직방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전체 거래(1만4810건) 가운데 60.4%(8939건)가 전고점의 80% 이상 가격에 거래됐다. 서울 강남권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늘어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지방보다 훨씬 큰 탓에 상경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아파트 수요가 쏠릴 것이란 예상이 많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오름세로 전환한 것도 외지인 투자 심리 회복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10% 올랐다. 12주 연속 상승세다. 반면에 지방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5% 내렸다. 부동산원 주간조사 누적 기준으로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0.16% 올랐는데, 지방은 0.95%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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