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홀 무사히 넘긴 윤이나 “해냈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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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윤이나는 2년 전 오구 플레이 논란을 빚은 장소에서 파를 기록하며 부담을 털어냈다. [사진 KGA]

윤이나는 2년 전 오구 플레이 논란을 빚은 장소에서 파를 기록하며 부담을 털어냈다. [사진 KGA]

13일 한국여자오픈 골프 대회 1라운드 경기가 열린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골프장(파72·6756야드).

장타자 윤이나(21)는 15번 홀(파4) 티잉 그라운드에서 잠시 고민하더니 드라이버가 아닌 페어웨이 우드를 꺼내 들었다. 2년 전에는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지만 이번엔 우드를 선택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윤이나는 우드를 잡고도 드라이버를 잡은 동반자 2명보다 더 멀리 공을 날려 보냈다. 더구나 공은 2년 전과는 달리 페어웨이에 사뿐히 떨어졌다. 이 홀에서 윤이나는 파를 기록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이나는 2년 전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이 대회에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1라운드 15번 홀 러프에서 찾은 공이 자신의 볼이 아닌 것을 알고도 그대로 플레이했고, 경기 직후 스코어카드에도 잘못된 타수를 적어냈다. 이 ‘오구(誤球) 플레이’ 사건은 뒤늦게 알려졌고, 결국 윤이나는 잘못을 인정했다. 이 사건 이후 대한골프협회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윤이나에게 각각 3년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가 1년 6개월로 줄여줬다. 그 덕분에 윤이나는 지난 4월 필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윤이나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특히 논란의 발단이 된 한국여자오픈을 앞두고 2년 전의 사건이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이날 윤이나는 오전 6시 35분 10번 홀(파5)에서 서연정·최민경과 함께 첫 조로 출발했다. 공교롭게도 2022년 대회에서도 같은 시간, 같은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2년 전 잘못을 반성하라는 의미가 담긴 조 편성이었다. 윤이나는 “오늘 숙소에서 나올 때부터 편안한 마음은 아니었다. 좋은 기억이 아니었던 만큼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그는 또 “15번 홀에선 드라이버를 잡을 경우 공이 떨어지는 지점이 무척 좁은 편이다. 페어웨이 우드는 거리는 짧지만, 페어웨이를 지킬 수 있는 확률이 높아서 오늘은 우드를 잡았다”면서 “15번 홀에서 과거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이 순간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다. (15번 홀에서 파를 잡은 뒤)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윤이나는 이날 2언더파(버디 4, 보기 2개)를 기록하면서 이세희·한지원·김민주 등과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까다로운 코스에서 첫날 언더파를 기록하면서 무난하게 출발했다. 노승희와 배소현이 4언더파 공동선두로 나선 가운데 정윤지가 합계 3언더파로 공동 3위를 달렸다.

윤이나는 “남은 라운드에선 가능하면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코스 자체가 어려운 데다가 경사가 심한 만큼 안전하게 경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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