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아닌 서울에도 분교 생긴다…강동구에 첫 '분품아'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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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3지구 초등학교 용지 주위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앙포토

지난해 7월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3지구 초등학교 용지 주위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앙포토

서울 첫 분교가 2029년 강동구에 개교한다.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신설 수요와 학생 수 감소에 동시에 대응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낸 ‘도시형 캠퍼스’ 1호 학교다.

서울에 ‘분교’ 생긴다…“둔촌주공도 검토 중”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강일3지구에 ‘서울 강솔초등학교 강현 캠퍼스’(가칭)을 설립한다고 12일 밝혔다. 24학급 이하 규모로 2029년 3월 1일 개교가 목표다. 올해부터 사전건축기획 용역 등 사전 행정 절차를 거쳐 2027년 착공한다. 첫 ‘분품아(분교를 품은 아파트)’가 되는 것이다.

서울형 캠퍼스는 학령인구가 많아 학교가 필요하지만 정규학교(36학급)를 짓는 데 필요한 학생 수에는 못 미치는 지역에 설립한다. 학교를 신설하려면 초등학교 기준 36학급, 학생 수 600~1000명 이상 등 교육부의 학교 설립 심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고덕강일3지구 13·14단지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인근 학교가 없어 1.5㎞ 떨어진 학교로 통학하고 있다. 특히 다자녀와 신혼부부 특별공급 세대가 많아, 2028년 입주까지 학생 수가 계속 늘어날 상황이다.

성제녕(53) 주민대표는 “통학 버스 3대가 다니고 있지만,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처음에는 학교 신설을 원하던 주민들도 저출생 현실을 고려해서 분교라도 지어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7.9%가 도시형 캠퍼스 신설에 찬성하면서 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데 동력이 생겼다.

서울강솔초등학교 강현캠퍼스(가칭) 조감도. 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강솔초등학교 강현캠퍼스(가칭) 조감도. 서울시교육청 제공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에 학교를 짓는 문제는 시교육청의 난제로 꼽힌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라 교육부의 설립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은 데다, 분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주민이 반대하거나 행정적 문제로 시와 교육청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최근 시교육청은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 내에 중학교 도시형 캠퍼스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20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중학교 설립이 부적정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학교 용지를 체육 시설 등을 위한 공공 공지(空地)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시교육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저출산·재개발이 만든 ‘분품아’

이날 발표는 교육청이 지난해 10월 밝힌 ‘도시형 캠퍼스 설립 및 운영 기본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농어촌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분교가 서울에도 등장하게 된 원인은 급격한 학생 수 감소 때문이다. 동시에 대규모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일어나는 지역에선 학생 수가 갑자기 늘면서 ‘콩나물 교실’이 생겨, 학교를 신설해 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본지가 학교알리미를 분석한 결과 올해 4월 기준 서울 32개 학교가 학생 수 28명 이상인 과밀 학급이다. 자치구별로는 강남(6개), 노원·동대문(3개), 서초·송파·양천·중구·광진(2개) 순으로 많았다. 가장 과밀한 학교인 대도초는 학급당 32.9명으로, 서울 605개교의 평균 학급당 학생 수(20.8명)보다 약 12명 많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강남서초교육청 관계자는 “과밀 학급은 교육 여건이 안 좋을 수 있어 피하는 게 일반적인데, 의대 영향 때문인지 오히려 더 학부모들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학교는 친구를 사귀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공간으로 보고, 교육은 인근 학원에서 시키겠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교육 인프라 등을 개선하지 않는 한 학군지 선호에 따른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폐교 논의…“중장기 계획과 맞춤형 지원 필요”

반면 학생이 없어 학급 통합이나 폐교를 논의하는 학교들도 늘고 있다. 서울에선 최근 5년 간 염강초, 공진중, 화양초, 도봉고, 덕수고, 성수공고 등 6개교가 문을 닫았다. 서울의 초·중·고 학생 수는 2008년 136만명에서 지난해 78만명으로 15년 만에 약 43% 감소했다. 시교육청 초등학교 배치계획에 따르면 전교생 수 24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는 2023년 56곳에서 2028년 101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폐교 가능성이 있는 학교를 살펴보고 있다”며 “학생 수 추이 등을 검토해 적정한 시점에 폐교 가능성 등을 현장에 통보하고 주민들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학교, 학군지에 대한 선호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학교 신설과 폐교 수요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도농 복합지역인 경기도도 비슷한 상황이다. 인구 늘어나는 도심과 줄어드는 구도심, 소규모 학교의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최근 경기도에서 과밀학급 문제 때문에 초등학교 신설했더니 정작 ‘개교 초반에는 학교가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학부모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경우가 있다”면서 “학교의 설립·증축은 인구 추계를 보면서 하는 일이지만, 학부모는 당장 ‘우리 아이를 보낼 곳’을 선택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소규모 학교의 특색을 강화해 선호도와 만족감을 높이는 쪽으로 맞춤형 가이드라인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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