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 10곳 중 4곳은 돈 벌어 이자도 못 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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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고금리에 허덕이는 기업들

지난해 기업 10곳 중 4곳은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고금리에 금융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수익성도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은행은 ‘2023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 자료를 발표했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외감기업) 3만2032곳의 2022년·2023년 개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다.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넘지 못하는 기업이 40.1%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2022년 34.6%에서 5.5%포인트 증가했다. 영업 적자로 이 비율이 0%를 넘지 못하는 비율도 27.8%로 2022년(25%)보다 2.8%포인트 늘었다.

이자보상비율이 500%를 넘는 우량 기업 비중은 31.7%로 2022년(38.9%)보다 크게 줄었다.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강영관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그간 수익성이 좋았던 기업들도 지난해엔 워낙 업황이 좋지 않아 이자보상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조사대상 기업들의 이자보상비율은 219.5%로 2022년(443.7%)의 반토막 수준을 나타냈다. 2013~2023년 평균인 453.5%를 크게 하회할 뿐 아니라,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고금리에 금융비용부담률은 늘고(1.2%→1.7%),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줄면서(5.3%→3.8%) 경영 환경이 나빠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기업들의 매출액증가율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2022년 16.9%였지만 지난해 -2%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2020년(-3.2%)과 2015년(-2.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대기업(18.1%→-2.8%)과 중소기업(12.3%→1.4%)이 나란히 하락했다.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16.4%→-2.7%)과 비제조업(18.1%→-1.2%)에서 고루 하락했다.

제조업 부문에선 지난해 반도체 수출 회복세가 더딘 영향이 컸다. IT기기와 서버에 대한 수요가 둔화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 관련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이 2022년 5.4%에서 -15.9%로 떨어졌다. 석유정제·코크스 관련 기업은 국제원유가격이 내려가 수출단가가 하락하자 66.9%에서 -14.1%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비제조업 부문에선 운수·창고업(29.1%→-12.9%)과 도·소매업(13.8%→-4.4%)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한은은 올해 들어 기업의 경영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영관 팀장은 “올해는 금리 부담이 완화되고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면서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석유정제·코크스, 화학물질·제품, 1차 금속 등 업종에서는 회복세가 더뎌 부진이 나타나는 등 업종별로 차별화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짚었다. 부동산 경기 부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확대 가능성 등은 잠재 리스크로 거론된다. 부채비율도 105%에서 102.6%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오는 20일 올 1분기(1~3월)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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