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채상병 특검법 법사위 단독상정…‘입법독주’ 속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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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회 법사위 첫 전체회의가 열린 12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정청래 위원장(왼쪽)과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국회 법사위 첫 전체회의가 열린 12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정청래 위원장(왼쪽)과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단독으로 열어 법안 심사를 개시하는 등 ‘입법 독주’가 본격화됐다.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소집된 모든 상임위 참석을 거부하는 ‘국회 보이콧’으로 맞서면서 22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극단적인 대치를 반복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법사위는 12일 오후 2시 민주당 의원 10명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만 참석한 채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 의원 7명은 전원 불참했다. 이날 회의를 일방적으로 소집한 정청래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지 관례 국가가 아니다. 법사위 열차는 정시에 출발한다”며 방망이를 두드렸다. 개의 16분 만에 민주당 간사를 선임했고, 23분 만에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했다. 법안 소위 회부까지 반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박찬대 원내대표 외 의원 170명 이름으로 채상병 특검법안을 당론 발의했다. 제정법률안인 특검법은 위원회 회부 후 2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회법 59조 “불가피한 사유로 위원회 의결이 있는 경우”라는 예외조항을 활용해 이날 법안을 상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에서 “대통령이 개입한 사안이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밝히는 정도로는 안 된다”(서영교), “순직 사건이 아니라 수사 외압 사건”(장경태)이라며 특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7월 초 안에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사건 발생일(2023년 7월 19일) 이후 1년이 지나면 핵심 증거인 통화기록이 말소될 수 있어, 그 전에 특검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김승원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통화에서 “특검 구성을 위해 필요한 기간 최장 14일을 고려해 역산했다”고 설명했다.

1호 법안인 채상병 특검법에 이어 다른 당론 법안도 줄줄이 뒤따라 상정, 처리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방송3법(과방위), 민생위기 극복 특별법(행안위), 김건희 특검법(법사위), 전세사기 특별법(국토위), 양곡관리법(농해수위) 등 22대 중점 법안을 심사하는 상임위원장을 이미 장악했다. 과방위와 국토위는 각각 14일,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법과 전세사기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행안위도 13일 야당 단독으로 개의해 간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놀고 즐기라고 권력을 위임받았나, 민생회복지원금과 코로나 대출금 10년 장기 분할 상환 처리를 신속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속도전에 ‘국회 보이콧’으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일방 진행하는 상임위는 원초적으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불참한다”며 “참여하지 않은 상임위에서 결정되는 어떤 법안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법안이 폭주해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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