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쿵 굉음 뒤 건물 흔들렸다”…대전 학교 벽 갈라지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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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북 부안청자박물관에서 한 관계자가 지진으로 깨진 청자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12일 전북 부안청자박물관에서 한 관계자가 지진으로 깨진 청자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전북 부안에서 12일 아침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놀란 시민들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는 등 긴급 대피했고, 일부 건물은 벽에 금이 가거나 유리창 등이 깨졌다. 다행히 지진에 따른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진은 이날 오전 8시26분쯤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에서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5.70도, 동경 126.72도로 행정구역은 부안군 행안면 진동리다. 진원 깊이는 8㎞로 추정했다. 기상청은 당초 지진 규모를 4.7로 추정했다가 추가 분석을 거쳐 4.8로 조정했다. 이날 오후 6시까지 17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 특히 오후 1시55분 15번째 여진은 규모가 3.1이었고, 기상청이 추가로 지진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전남 영광 한빛원전은 정상 가동

지진은 전국에서 감지됐는데,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흔들림을 느꼈다는 유감 신고가 315건(오후 2시 기준) 접수됐다. 이 가운데는 수도권은 물론 300㎞ 거리인 강원 지역의 신고도 있었다. 부안군 동북초등학교 고동호(50) 교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출근 후) 날벌레를 치우려고 복도에 나왔는데 갑자기 ‘쿵’ 하는 굉음과 함께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며 “처음에는 (북한에서 보낸) 오물 폭탄(풍선)인 줄 알았는데, 지진이라는 것을 알고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학교에는 교사 4명과 학생 14명이 있었으며 지진 발생 직후 다 함께 운동장으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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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에 놀란 시민들도 집 또는 건물 밖으로 황급히 대피했다. 부안군 주민 수는 4만8700여 명이다. 부안군 보안면에 사는 최훈규(51)씨는 “2층짜리 단독주택인데 5~6초간 베란다 창문 등 집 전체가 흔들렸다”며 “차가 들이받은 줄 알고 밖에 나갔다가 긴급 재난 문자를 본 뒤에야 지진인 걸 알았다”고 말했다. 신정승 부안군청 홍보팀장은 “청사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온몸이 흔들릴 정도였다”며 “곧바로 사이렌이 울리고 안내방송이 나와 전 직원이 밖으로 대피했다가 사무실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부안과 인근 지역에서 재산 피해 신고도 잇따랐는데, ▶창고 벽에 금이 갔다(부안군 보안면) ▶주택 유리창과 벽에 금이 갔다(부안군 하서면) ▶화장실 타일이 깨졌다(부안군 백산면) ▶연립주택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다(부안군 부안읍) ▶담이 기울어졌다(익산시 남중동) ▶지하주차장 바닥이 들떴다(부안군 변산면) ▶편의점 진열대에서 음료수가 쏟아졌다(부안군 행안면) ▶주택 창고에 금이 갔다(정읍시 하북동) 등의 내용이다.

공공시설로는 부안군 상하수도사업소 2층 회의실 바닥에 균열이 발생했다. 문화재 피해도 일부 발생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부안 내소사 대웅전(보물)에 변위(위치 변화)가 발생했고, 부안 개암사 대웅전(보물) 주변 담장에 균열이 생겼다. 진앙에서 48㎞ 정도 떨어진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에서도 지진이 감지됐지만 별다른 피해 없이 정상 가동됐다. 한빛원전에는 1000㎿ 규모 원전 6기가 있다. 또 한국수자원공사는 지진 발생 직후 부안댐을 긴급 안전 점검했고,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안이 속한 전북도뿐 아니라 대전까지 모두 19개 학교(오후 4시30분 기준)에서 벽에 금이 가거나 부착 시설물이 떨어지는 등의 시설물 피해가 접수됐다. 지진 여파로 이날 전북·충남 2개 학교가 단축 수업을 하는 등 학사 일정을 조정했다.

이번 지진은 올해 들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또 기상청이 계기로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1978년 이래 전북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다. 국내에서 발생한 규모 4.5 이상의 지진은 지난해 5월 15일 강원도 동해 북동쪽 52㎞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4.5) 이후 약 1년여 만이다. 육지에서 발생한 것으로는 2018년 2월 11일 경북 포항 북서쪽 4㎞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4.6) 이후 6년여 만이다. 국내 발생했던 최대 규모의 지진은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 남남서쪽 8.7㎞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5.8)이다.

윤 대통령 “피해 신속파악, 안전 전검하라”

재난 주무 부서인 행정안전부는 지진 발생 직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 또 지진 위기경보 ‘경계’ 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 순)를 발령했다. 중앙아시아 국가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지진 상황을 보고받고 관계 부처에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등 제반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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