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도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환자들 "철회해달라"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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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전체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앞에서 열린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 휴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전체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앞에서 열린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 휴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브란스병원 소속 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18일 휴진에 동참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데 이은 결정이다. 다른 의대·병원 교수들도 무기한 휴진 방침을 논의하는 등 단체행동이 확산하면서 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오후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오는 27일부터 정부가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하는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무기한 휴진 시행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의대가 속한 연세의료원 산하에는 세브란스·강남세브란스·용인세브란스병원 등이 있다. 비대위가 이들 병원의 전체 교수에게 지난 9~11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총 735명의 응답자 중 ‘무기한 휴진 입장을 취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겠다’고 답한 비율이 72.2%(531명)에 달했다. 비대위는 휴진하는 범위에 대해서는 “응급실·중환자실·투석실·분만실 등을 제외한 모든 외래진료 및 비응급 수술·시술”이라고 명시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중 한곳인 서울성모병원을 산하에 둔 가톨릭대 의대 교수들은 일단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하루 전면 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가톨릭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 교수들 대상 설문조사 결과, “전체 60% 이상이 참여했고, 75% 이상이 휴진을 통한 정부에 대한 항의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무기한 휴진 등의 추가 행동 방침에 대해서는 정부의 대응을 지겨본 후 오는 20일 전체 교수회의를 통해 논의하기로 했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총회 후 입장문을 내고 “18일 의협이 주도하는 집단행동에 함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교수진 대상 설문조사에서 소속 교수 64.7%가 응답했고, 응답자 93.7%가 18일 휴진에 찬성했다.

의대 교수들이 휴진을 통해 요구하는 것은 정부가 전공의들을 상대로 내린 각종 행정명령을 ‘철회’가 아닌 ‘취소’해달라는 것이다. 지난 4일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내렸던 진료유지 및 업무개시명령과 수련병원에 내렸던 사직서 수리금지명령을 철회하는 유화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명령 ‘철회’ 상태에서는 여전히 정부가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할 수 있고, 자유롭게 사직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대 교수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휴진 계획 발표에 이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12일 '전체 휴진' 여부를 결정하는 등 의정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대 교수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휴진 계획 발표에 이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12일 '전체 휴진' 여부를 결정하는 등 의정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 규모와 관해서는 의대 교수들은 명확한 입장을 내진 않고 있다. 의협이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결의하면서 2025학년도 증원 절차 중단을 요구한 것과는 결이 다른 셈이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교수 비대위원장은 “일단 우리 교수들은 나가 있는 전공의·의대생들의 지원자이고 옹호자인 것이지, 협상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증원에 대한) 협상안을 제시하는 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을 아니다”라고 말했다.

"휴진 움직임 현재는 없어...다음주 대규모 휴진 어려워"

교수들의 휴진예고에 따라 당장 다음주 진료일정 조정이 시작되어야 하지만 현장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다. 진료일정을 조정하려면 교수들이 통상 연차를 신청에 사전 승인을 받고 환자들에게 진료 연기 사실을 알려야 한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신청 건수가 거의 없다. 통상 1~2주 전에는 신청을 해야 한다"면서 "병원에 오는 환자 절반이 지방에서 올라오는데 갑작스런 휴진 통보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앞두고 있다. 분당서울대 병원은 노조가 진료일정 변경 업무를 보이콧하기로 밝힌 상태다. 이 병원은 하루 검사나 수술 등 각종 예약 2만1000건을 변경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 병원 교수들은 직접 환자들에게 휴진을 안내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진료 변경에 대한 안내를 병원에서 해주면 좋지만 집단 휴진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직접 문자로 안내하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폐암환우회 등 6개 단체가 속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서울대병원 앞에서 휴진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식도암 4기 환자인 김성주 연합회 회장은 “대형병원 교수들과 의협의 전면 휴진이 맞물려 중증 질환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고소·고발을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만약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얘기를 하면 검토할 생각이 있다”라고도 밝혔다.

28년째 루게릭병으로 투병중인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회 회장은 휠체어를 타고 대독자를 통해 정부에 "법과 원칙에 입각해 의사집단의 불법 행동을 엄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의사들의 행동은 조직폭력배와 같다"며 "죽을 때 죽더라도 학문과 도덕과 상식이 무너진 의사 집단에게 의지하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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