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요? 그림 그리기요" 순수함 품은 32살 '고래 화가' 진짜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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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구씨가 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사회적기업 '우시산'

송종구씨가 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사회적기업 '우시산'

"고래 좋아요. 바다 좋아요." 어린이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발달장애인(자폐 스펙트럼) 송종구(32) 씨에게 '화가'로서 전시회를 여는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꿈이 뭐냐"는 질문에 "그림 그리기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순수한 감성 담은 고래 그림들

송씨는 지난 7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울산 남구 장생포고래박물관에서 그림 전시회 '안녕 바다야'를 열고 있다. 송씨 작품 20여점은 귀신고래·향고래 등 고래 그림을 중심으로 다양한 바다 생물을 캐릭터화해 표현한 게 특징이다. 순수한 감성이 그대로 묻어난 다채로운 색감이 여느 그림과 차이가 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그의 그림 그리기 재능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싹을 틔워준 이는 어머니 박정란(55) 씨다. 박씨는 "고래 조형물이 동네에 많고, 바다가 있는 울산에서 살아서인지 아들이 어릴 때부터 길을 가다가 멈춰 서서 한참 고래 조형물이나 바다를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허공에 그림을 그리더라"며 "그래서 펜과 종이를 내어 줬더니 곧장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아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 그림"

울산에서 전시중인 송종구씨 작품. 사진 사회적기업 '우시산'

울산에서 전시중인 송종구씨 작품. 사진 사회적기업 '우시산'

 울산에서 전시중인 송종구씨 작품. 사진 사회적기업 '우시산'

울산에서 전시중인 송종구씨 작품. 사진 사회적기업 '우시산'

특수학교와 복지관 등을 다니면서 컴퓨터 사용법을 알게 된 송씨는 고래·바다·해양 생물 등을 검색해 영상과 그림을 종일 찾아봤다. 그러곤 잠을 자는 시간을 빼곤 거의 그림만 그렸다고 한다. 박씨는 "아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 그림 그리기인 것 같다. 그림을 오래 그리다 보니 유화나 아크릴 물감 사용법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송씨의 그림 그리기 재능은 2006년쯤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해 전국정신지체인 작품전시회 회화부문 동상을 받았다. 2008년 전국장애인청소년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탔고, 2009년과 2010년 같은 대회에서 대상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2020년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발달장애 예술인 그림 공모전에서 대상을, 다시 2021년엔 하트-하트재단·스타벅스의 텀블러 이미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림 그리기 실력 하나로 당당히 울산시미술협회 회원 자격도 얻었다.

사회적기업에서 디자이너로 근무 중

송종구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사회적기업 '우시산'

송종구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사회적기업 '우시산'

현재 그는 폐자원을 재활용해 다양한 새 상품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우시산'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우시산에서 고래 같은 바다 생물을 이불·양말·가방·티셔츠 등 각종 상품에 그려 넣고 있다. 가족의 관심으로, 자신만의 재능을 꾸준히 길러 넘어서지 못할 것 같은 장애를 극복하고 있는 셈이다. 우시산 변의현 (46)대표는 "2년 전쯤 송 작가와 인연을 맺게 됐다. 지금은 그의 디자인으로 우시산 제품이 더 돋보이고 있다"며 "장애를 이겨내는 그를 항상 응원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전시회 열어 봤으면"

박씨는 "저희 모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프랑스 같은 해외에서 아들의 그림 전시회를 열어 세상에 아들의 그림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이런 모습을 국내외 발달장애 가족이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장애 가정 아이들에게도 꿈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전시중인 송종구씨 작품. 사진 사회적기업 '우시산'

울산에서 전시중인 송종구씨 작품. 사진 사회적기업 '우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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