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가 4500만년에 단 하루... 기술력 정점에 선 IWC의 새 시계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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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페추얼 캘린더'는 30일 또는 31일 등 매달 다른 날짜 수를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편리한 기능이다. 실용적이지만 부품 제작은 물론 조립도 어려워 소수의 시계 브랜드만이 이 기능을 담은 시계를 선보인다.

1985년 IWC가 고안한 모듈형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는 기계식 시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사진 IWC]

1985년 IWC가 고안한 모듈형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는 기계식 시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사진 IWC]

7년의 연구개발을 거쳐 1985년에 발표한 IWC의 퍼페추얼 캘린더는 날짜 메커니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당시 IWC 수석 워치메이커 커트 클라우스가 고안한 이 퍼페추얼 캘린더는 베이스 무브먼트 위에 모듈을 얹는 방식이었다. 조립도 어렵고 고장 시 수리도 쉽지 않은 기존 통합형 퍼페추얼 캘린더의 문제를 해결했다. 시계 업계 모두가 인정한 이 메커니즘 덕에 IWC의 명성은 날로 높아졌다.

3999년까지 날짜 조정이 필요 없는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 워치. [사진 IWC]

3999년까지 날짜 조정이 필요 없는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 워치. [사진 IWC]

2024년 IWC는 40여 년 전의 업적을 뛰어넘은 새로운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을 발표한다. 3999년까지 자동으로 매월 날짜 수를 계산해 별도의 조정이 필요 없는 퍼페추얼 캘린더가 그 주인공으로,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 시계에 처음 도입했다. IWC가 올해의 테마로 내세운 ‘영원함에 바치는 헌사(A Tribute to Eternity)’에 완벽히 들어맞는 작품이다.

올해 IWC는 포르투기저 디자인 정비를 하며 총 4가지의 다이얼 색을 공개했다. [사진 IWC]

올해 IWC는 포르투기저 디자인 정비를 하며 총 4가지의 다이얼 색을 공개했다. [사진 IWC]

또한 브랜드는 반복되는 낮과 밤의 주기를 4가지 컬러 다이얼로 표현한 포르투기저 모델도 선보인다. 간판 모델인 퍼페추얼 캘린더 44를 포함해 42·40㎜ 2가지 크기의 오토매틱·크로노그래프 등 여러 버전으로 구성했다. 포르투기저는 항해용 정밀 시계에 영감 받아 1930년대 후반 처음 탄생한 시계로 오랜 시간 IWC의 간판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
기존 퍼페추얼 캘린더보다 월등하게 향상된 기능을 갖춘 만큼 IWC는 이 시계에 영원을 뜻하는 이터널(eternal)이란 이름을 붙였다. 바뀐 기능은 다음과 같다. 기존 퍼페추얼 캘린더가 2100년까지 자동으로 날짜를 계산해 알려준다면 이터널 캘린더는 무려 3999년까지 조정이 필요 없다. 윤년을 계산하는 모듈 부품을 새로 고안했기 때문이다. 이 모듈은 400년에 한 바퀴 회전하는 기어를 포함해 단 8개의 부품으로 만들었다. 날짜 조정 시기를 무려 2000년 연장했지만, 부품 수는 현저히 적다. 이것이 IWC가 추구하는 시계 공학이다.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 [사진 IWC]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 [사진 IWC]

참고로 4년에 한 번씩 2월이 29일이 되는 건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그레고리력 때문이다. 정확한 1년 주기 365.2425일에서 소수점을 뺀 채 계산하기에 4년마다 하루가 더 생긴다. IWC는 이 메커니즘을 ‘세큘러(secular) 퍼페추얼 캘린더’라 부른다.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의 무브먼트 조립 과정. [사진 IWC]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의 무브먼트 조립 과정. [사진 IWC]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에 담긴 독보적 기술은 더 있다. 문페이즈의 오차를 4500만 년에 단 하루로 줄인 것이다. 시계 다이얼에 문페이즈를 넣는 게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과 달의 공전 주기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초승달이 뜬 후 다음 초승달이 뜨는 기간인 태음월은 정확하게 29일 12시간 44분 2.88초다. 날짜와 문페이즈 디스크의 회전 속도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시계 브랜드의 숙제인 셈.
IWC는 1985년 ‘다빈치 퍼페추얼 캘린더’를 선보이며 문페이즈의 오차를 122년에 하루로 줄였다, 2003년에는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를 통해 오차를 577.5년에 하루로 줄였다. 그런데 이번 이터널 캘린더의 오차는 앞서 말한 4500만 년에 하루다. IWC의 엔지니어는 시계에 담은 문페이즈 디스크의 회전 속도와 실제 달이 움직이는 속도를 맞추기 위해 22조번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거쳤다고 밝혔다.

7일의 긴 파워리저브 기능을 갖춘 셀프 와인딩 방식 무브먼트 52640. [사진 IWC]

7일의 긴 파워리저브 기능을 갖춘 셀프 와인딩 방식 무브먼트 52640. [사진 IWC]

이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무브먼트는 7일 파워리저브 기능을 갖춘 셀프 와인딩 방식의 자체 제작 칼리버 52640이다. 이 심장은 새로 디자인한 포르투기저 케이스에 담긴다. 소재는 진귀한 플래티넘으로 만들었다.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는 40년 전 커트 클라우스가 시계 업계에 세운 업적을 이어가는 동시에 IWC가 퍼페추얼 캘린더 매커니즘의 대가임을 다시 입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4
IWC는 햇빛이 만든 맑고 투명한 오후 하늘색을 표현한 ‘호라이즌 블루’, 석양이 시작되는 초저녁 분위기를 담은 ‘듄’, 짙고 새까만 밤하늘을 표현한 ‘옵시디언’, 달 표면에서 반사된 태양의 반짝임을 담은 ‘실버 문’까지, 고심해 이름 붙인 4가지 컬러 다이얼을 대표 컬렉션 ‘포르투기저’에 담았다. 브랜드는 깊이감 있는 색을 구현하기 위해 15겹의 투명 래커 작업을 포함, 총 60여 단계의 과정을 거쳐 다이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호라이즌 블루, 듄, 옵시디언, 실버 문 등 개성있는 이름을 가진 다이얼 컬러로 완성한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4 모델. 다이얼에 따라 케이스 소재도 다르다. [사진 IWC]

호라이즌 블루, 듄, 옵시디언, 실버 문 등 개성있는 이름을 가진 다이얼 컬러로 완성한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4 모델. 다이얼에 따라 케이스 소재도 다르다. [사진 IWC]

색상 변경과 더불어 컬렉션의 케이스 디자인도 개편했다. 케이스 옆면의 두께를 줄여 날렵한 인상으로 다듬고, 다이얼을 덮는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를 돔 형태 이중 구조로 완성했다. 견고할 뿐 아니라 손목 위에서 다이얼이 더욱 돋보이는 효과를 준다.

퍼페추얼 캘린더는 IWC를 대표하는 컴플리케이션 기능이다. [사진 IWC]

퍼페추얼 캘린더는 IWC를 대표하는 컴플리케이션 기능이다. [사진 IWC]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4’는 새 모습을 갖춘 포르투기저 컬렉션을 대표한다. 시계에 탑재한 무브먼트는 7일간의 긴 파워리저브 기능을 갖춘 오토매틱 방식의 자체 제작 52616 칼리버. 동력을 공급하는 로터가 양방향으로 회전해 동력을 축적한다.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지만 균형 잡힌 다이얼 구조는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의 고유한 특징이다. 문페이즈(12시 방향), 날짜와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3시), 월(6시), 요일과 스몰 세컨드(9시) 카운터 구성이다. 4자리로 표기하는 연도 창은 7시 30분 방향에 두었다.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4 모델의 호라이즌 블루 다이얼 버전. [사진 IWC]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4 모델의 호라이즌 블루 다이얼 버전. [사진 IWC]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에 탑재된 문페이즈의 오차는 577.5년에 하루다. [사진 IWC]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에 탑재된 문페이즈의 오차는 577.5년에 하루다. [사진 IWC]

남반구와 북반구에서 볼 수 있는 달의 모습을 구현한 문페이즈의 오차는 577.5년에 단 하루다. 케이스 크기는 제품 이름에 붙은 것처럼 지름 44㎜다. 소재는 다이얼 색에 따라 화이트 골드 또는 강도와 내마모성을 높인 IWC만의 자체 합금인 ‘아머골드’로 만들었다.

아머 골드 케이스에 옵시디언 다이얼을 매치해 고급스럽다. [사진 IWC]

아머 골드 케이스에 옵시디언 다이얼을 매치해 고급스럽다. [사진 IW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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