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비디아’ 너무 비싸다면? 반도체ETF 신상 9종 어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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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자자 선택지 넓혀주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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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도 못 믿겠어’ ‘당신은 다 계획이 있었군요’ ‘대장의 품격’ ….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직후 국내 증권사들이 낸 보고서 제목이다. 시장은 엔비디아의 실적에 탄복하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주식시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엔비디아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였다. 이제라도 ‘가진 자’ 대열에 합류해 볼까 싶지만, 실적 발표 뒤 다시 무섭게 오른 ‘천비디아(주가 1000달러+엔비디아)’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3조 달러를 돌파하며 이제 세계 시총 1위 마이크로소프트(MS) 추월을 앞두고 있다. 엔비디아 못 산다면 다른 대안은 없을까?

우선, 새로 출시된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존 반도체 ETF가 반도체 전반에 투자했다면 ‘신상 ETF’의 특징은 ‘세분화’다. AI(인공지능)와 관련된 반도체 기업에만 적극 투자하는 ETF가 있는가 하면, 아직 덜 오른 국내 ‘전공정(pre-process)’에만 투자하는 ETF도 있다. 투자자로선 내가 원하는 핵심 테마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진 셈이다.

머니랩이 포트폴리오에 어떤 기업(종목)들을 담았는지 ‘범위’에 따라 반도체 ETF 지도를 그려봤다. 지도에서 볼 수 있듯 ‘원조 반도체 ETF’가 산업 전반에 두루 투자한다면, 최근 6개월 안에 출시된 ETF는 특정 기업에 더 집중 투자한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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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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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된 글로벌 반도체 ETF는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AI 테마에 집중한다. 일례로 키움자산운용의 ‘KOSEF 글로벌AI반도체’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AI와 관련이 깊은 기업들만 골라 투자하는 ETF다. 반도체 설계 지식재산권(IP) 기업인 시놉시스와 케이던스, 설계 팹리스 기업인 엔비디아와 AMD, 그리고 이를 위탁생산(파운드리)하는 TSMC 등에 집중 투자한다.

반면에 AI 반도체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은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았다. 기존 ‘TIGER 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이 30개 종목, ‘KODEX 미국반도체MV’가 26개 종목에 투자하는 것과 달리 15개 종목에만 투자하는 것도 특징이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AI반도체칩메이커’는 투자 대상을 더 좁혔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에서도 칩 설계(팹리스) 기업에만 투자한다. 포트폴리오는 엔비디아·AMD·인텔 등에 집중하고, TSMC 같은 위탁생산 업체나 ASML 같은 장비 업체 등은 아예 담지 않았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 본부장은 “AI반도체 칩의 핵심은 ‘두뇌’에 해당하는 ‘설계 능력’”이라며 “생산은 위탁해 버리니까 설비투자가 필요하지 않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고, R&D(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만큼 기술 발전도 더 빠른 주도주”라고 설명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국내 반도체 ETF 전통의 강호는 2006년 상장된 ‘KODEX 반도체’와 ‘TIGER 반도체’다. 이 두 ETF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종합반도체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 전반에 투자한다면 새로 나온 반도체 ETF는 중소형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에 집중 투자한다. 김현빈 NH-아문디자산운용 ETF투자본부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개인이 개별 종목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보다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소부장주’가 ETF로 투자하기에 적합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상 소부장 ETF인 ‘SOL 반도체소부장’과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 그리고 ‘TIGER AI핵심공정’은 종목 구성이나 산출 방식이 비슷하다. ‘AI 반도체’ 등 키워드로 연관 있는 기업을 걸러낸 뒤, 유동 시가총액을 반영해 종목을 고른다. 이에 따라 최근 AI로 주목받고 있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관련주로 손꼽히는 한미반도체와 디바이스 AI의 대표주인 리노공업을 모두 1~2위 종목으로 담고 있다.

차이점을 보이는 ETF는 ‘HANARO 반도체핵심공정주도주’다. 다른 세 개 반도체 소부장 ETF가 한미반도체를 20% 이상 담고 있는 것과 달리 4%만 들고 있다. 이 ETF는 시가총액 기준 대형주보다, 규모는 작지만 성장성이 돋보이는 종목으로 투자 비중을 구성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현빈 본부장은 “(지수를 따라가는) 패시브 ETF지만 퀀트 기법을 도입해 매출 성장성과 주가 모멘텀이 좋은 종목에 투자하다 보니 최근 많이 오른 한미반도체를 덜어냈다”고 설명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신한자산운용은 소부장을 한번 더 쪼갠 상품도 내놨다. 국내 소부장 기업을 다시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눠 투자하는 ETF다. 세분화한 ETF에 투자할 때 장점은 ‘제대로 골랐을 때’ 더 높은 수익률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세분화한 ETF에 투자할 때 장점은 ‘제대로 골랐을 때’ 더 높은 수익률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국내 반도체 전반에 투자하는 ‘KODEX 반도체’의 연초 이후 최근까지 수익률은 12.22%였다. 반면에 ‘SOL 반도체 후공정’은 36.48%로 수익률이 3배 높았다. 올해는 AI발 HBM이 주도한 장이었던 만큼, 한미반도체 같은 후공정 기업에 집중 투자한 ETF가 수익률이 좋았던 탓이다. 반대로 전공정을 골랐다면 수익률은 ‘꽝’이었다. 같은 기간 ‘SOL 반도체전공정’ 수익률은 0.14%에 불과했다.

다만, 세분화 ETF의 경우 높은 변동성도 주의해야 한다. 좁게 투자할수록 주가의 진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정현 본부장은 “반도체에 대한 이해도가 있고 성과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싶은 투자자는 세분화된 반도체 ETF가 맞고, 반도체 공부가 어렵다면 전반적인 산업에 투자하는 ETF 등을 활용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신상 반도체 ETF의 또 다른 특징은 ‘차별화’다. 이미 자리 잡은 기존 상품과 다른 매력을 내세워야만 투자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이 오른 주식에는 투자하고 싶지 않다면 ‘WOORI 반도체밸류체인액티브’가 대안이다. 국내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하되, 작은 종목을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많이 오른 주식은 과감하게 배제하는 액티브 ETF다. 실제로 이 상품은 AI 후공정 수혜주로 꼽히는 한미반도체를 아예 들고 있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인 운용을 펼치고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최홍석 우리자산운용 ETF실장은 “기존 펀더멘털 대비 가격이 높은 종목들을 줄이는 대신 상승 여력이나 재무체력이 있는 기업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라며 “최근 저평가돼 있지만 HBM 고객사 확장이 유력한 삼성전자 밸류체인을 긍정적으로 보고 운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KOSEF 글로벌전력반도체’도 고려해 볼 만하다. 시스템반도체의 일종인 전력반도체는 전력의 변환·변압·분배·제어를 담당하는 전자부품이다. 전기차와 데이터센터 등은 막대한 전력을 고온·고전압·고주파라는 거친 환경에서 다뤄야 한다. 이에 따라 내구성과 전력효율이 뛰어난 전력반도체가 필요하다. 대표적 투자 종목은 미국 전력반도체 기업 울프스피드·온세미·코히어런트, 독일 전장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스위스에 소재한 유럽 최대 반도체 제조사 ST마이크로 등이다.

한편, 관건은 엔비디아가 더 오를 수 있을 지다. 엔비디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찾기 힘들지만 주가가 이전처럼 가파르게 오르기는 힘들다는 예측은 나오고 있다. 고태훈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본부장은 “2분기 실적부터는 기저효과가 줄어들어 1분기처럼 수백%의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며 “주가 흐름은 계속 좋겠지만 큰 모멘텀은 내년 GTC(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발표될 신제품 블랙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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