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철완의 마켓 나우

첨단산업의 ‘기반’은 석유와 전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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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현 정부는 출범부터 반도체·인공지능·로봇·이차전지·우주항공·수소·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3일 140억 배럴 규모 가스와 석유의 동해 심해 매장 가능성을 발표했다.

‘뜬금없다’를 포함해 반응이 여러 각도에서 나왔다. 그중에는 ‘탄소중립 시대에 화석연료 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도 포함된다.

불식이 필요한 의문이다. 첨단 미래의 이상 구현에 화석 연료라는 현실은 불가피하다. 이번 정부건 다음 정부건, 정부에서 정책으로 밀어줘야 할 미래 첨단 산업의 ‘기반’은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 석유화학 같은 반환경적이거나 고루한 기간산업이다.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산업을 고도화하고 ‘초격차’로 앞서기 위해 필요한 기초 소재 산업은 상당한 양의 폐수와 폐액이 발생할 수 있는 불소화학산업이다. 또한 이차전지 산업은 자원 집약적인 산업 속성을 갖기 때문에, 결국 복잡다단한 자원 프로세싱과 양극활물질 전구체 같은 중간재 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들 산업이 결론적으로 다량의 폐수와 폐액이 발생하는 특수 석유화학 공업에 속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우리 산업은 한·일 무역 분쟁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에서 파생한 위기에 휘청거렸다. ‘초격차’의 기세가 예전 같지 않다.

‘옛것’은 곳곳에서 반격한다. 차세대 인공지능이나 양자 기술, 수소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한물 간 줄 알았던 초고압 변압기 산업이 다시 각광 받고 있다. 강력한 전력 인프라와 산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도 궤를 같이한다. 365일 운용되는 인공지능형 수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싸고 질 좋은 전기를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그래서 탄소중립으로 효용이 끝난 줄 알았던 LNG와 화력 발전이 필요하다. 한국이 수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전통적인 화석연료가 중요하다. 근해에서 자체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가스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면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수소 운반선 운영과 같은 번거로움이 불필요하고 수소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에너지와 자원은 주식 시장의 영원한 테마인 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과 걱정이 몰린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엄격한 조사와 개발을 기대한다.

옛것과 새것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첨단 과학기술과 미래 산업이 발전한다. 혁신적 미래의 기반은 석유와 전기라는 옛것이다. 이를 말하지 않는 것은 사기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