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서 72시간 전 고독사" 이런 집만 판다, 일본 역발상 [세계한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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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바(千葉) 현의 간호 시설에서 일하는 한 60대 여성은 친오빠가 고독사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접했다. 수년간 연락이 끊어졌던 탓에 사후 두 달이 지나서야 오빠의 죽음을 알게 됐다. 당장 가장 큰 일은 '사고물건'이 된 집을 처분하는 것이었다. 일본에선 고독사·자살, 살인사건 등으로 사망자가 나온 집을 사고물건이라고 부른다.

저출생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이런 사고물건이 늘고 있지만, 세입자·매수자가 꺼리기 때문에 오랫동안 공실로 남기 일쑤다. 통상 고독사는 약 10%, 자살은 30%, 살인사건은 50% 정도 가격을 낮추는 데, 그래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사고가 난 집은 천장을 높이거나 벽 색깔을 밝게 해 분위기를 바꾼다. 또 벽화를 그리는 등 인테리어를 새로 해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고 한다. 성불 부동산 홈페이지

사고가 난 집은 천장을 높이거나 벽 색깔을 밝게 해 분위기를 바꾼다. 또 벽화를 그리는 등 인테리어를 새로 해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고 한다. 성불 부동산 홈페이지

그런데 최근 일본에선 실거주를 위한 주택을 원하는 저소득층, 거부감이 적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사고물건만 골라 취급하는 업체들이 성행한다고 포브스 저팬과 NHK 등이 최근 전했다. "여러 부동산 기업이 사고물건을 취급하면서 이젠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포브스 저팬)는 설명이다.

사고물건 전문업체인 '성불(成佛·죽어서 부처가 됨) 부동산'이 대표적이다. 하나하라 고지(花原浩二) 사장(47)에 따르면 2019년 창업 이후 이 업체를 통해 약 450건의 사고물건이 거래됐다. 하나하라 사장은 NHK에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저렴하면 사고물건이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이도 많다"면서 "건물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현명한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망사고 등이 발생해 매매가 꺼려지는 부동산을 골라 취급하는 회사가 일본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다고 포브스 저팬 등 현지 매체가 전했다. 센추리 21 에치고 홈즈

사망사고 등이 발생해 매매가 꺼려지는 부동산을 골라 취급하는 회사가 일본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다고 포브스 저팬 등 현지 매체가 전했다. 센추리 21 에치고 홈즈

성불 부동산의 가장 큰 특징은 관련 정보를 상세히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점이다. 업체는 ▶사고 발견까지 72시간 미만인 고독사·병사▶사고 발견까지 72시간 이상 걸린 고독사▶화재·사고 ▶자살▶살인 등으로 세분화해 인터넷에 공개했다. 앞서 2021년 일본 국토교통성은 타살·자살·고독사 등이 발생한 집을 사고팔 경우, 중개업자가 3년간 세입자나 매수자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성불 부동산에서는 사망자가 나온 후 주택을 청소하는 특수 청소 등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일본 고독사 리포트에 따르면 고독사 발생후 시신이 발견되기까지는 평균 18일이 걸린다. 성불 부동산 홈페이지

성불 부동산에서는 사망자가 나온 후 주택을 청소하는 특수 청소 등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일본 고독사 리포트에 따르면 고독사 발생후 시신이 발견되기까지는 평균 18일이 걸린다. 성불 부동산 홈페이지

하나하라 사장은 "정보 제공 외에도 특수 청소, 유품 정리, 개보수까지 한다"고 소개했다. 사고물건은 천장을 높이거나 벽 색깔을 밝게 해 분위기를 바꾼다. 벽화를 그리는 등 인테리어를 새로 해 이미지 변신도 꾀한다.

특히 사망자와 건물에 예를 갖추고 넋을 위로하는 '공양 의식'을 진행하고, 의식 뒤 "거주했던 사람이 궂은일을 겪었지만, 성불해서 좋은 곳으로 갔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증서를 작성한다. 세입자·구매자의 정서적인 거부감을 없애려는 노력이다. 최근 시장이 커지면서 회사 측은 2030년 기업 가치 1000억엔(약 885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요미우리 "무연고 시신 5년간 32% 급증" 

현지 매체들은 사고물건 시장의 확대 이면에는 고독사의 확산이 있다고 짚었다. 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고독사로 인해 신원을 알 수 없거나, 신원을 알아도 시신을 거둘 사람이 없는 '무연고 시신'이 5년간 32% 급증했다.

요미우리가 올해 2~5월 지자체 74곳(응답 69곳)을 자체 조사한 결과, 무연고 시신은 2018년 8800명에서 2022년 1만1602명으로 5년간 32% 증가했다. 매체는 "독거 고령자가 고독사하는 경우도 많고, 신원이 밝혀져도 친척 등이 인수를 거부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선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독사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달 일본 경찰청은 65세 이상 고령자 중에 고독사 사망자가 올 한 해 6만8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살인·고독사 등 사망자가 나온 집을 특수청소해온 경험을 담은 책『사건 현장 청소부가 간다』를 쓴 다카에스 아쓰시(高江洲敦)는 "숨진 이와 반려동물이 함께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아마존저팬 홈페이지

살인·고독사 등 사망자가 나온 집을 특수청소해온 경험을 담은 책『사건 현장 청소부가 간다』를 쓴 다카에스 아쓰시(高江洲敦)는 "숨진 이와 반려동물이 함께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아마존저팬 홈페이지

일본은 2006년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현재는 인구 열 명 중 셋이 65세 이상이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의 1인 가구 비중이 치솟고 있다. 2000년대 일본의 65세 이상 중 1인 가구 비중은 10%대였지만 2022년 31.8%에 이르렀다. 일본 총무성은 이 비중이 2040년 40%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돈이 있거나 보증인이 있어도 고령자에게 집을 빌려주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65세 이상의 부동산 임대를 돕는 R65 부동산에 따르면 집주인 가운데 ‘고령자에게 집을 적극적으로 빌려준다’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교도통신은 "정부는 지역 단체와 연계해 고령자 안부 확인 서비스를 갖추고, 고령자도 빌릴 수 있는 집을 늘릴 방침이다"고 전했다.

韓 1960년대생 10명 중 3명 "난 고독사할 듯" 

한국도 고독사가 늘고 있다. 정부의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고독사 사례는 3378명이었다. 2017년에 비해 1000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고독사 사망자의 60%는 50~60대다. CNN은 "한국에서 해마다 고독한 수천 명의 중년이 홀로 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부터 법적 노인 연령(65세)에 접어들기 시작하는 한국의 1960년대생(850만명·16.4%)은 자기 부모와 자녀를 돌보는 '이중 부양'을 하고 있지만 정작 노년엔 고독사를 우려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와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8~15일 1960년대생 98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3명(30.2%)은 본인이 고독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응답자의 15%는 이중 부양을 하고 있었고, 돌봄 비용으로 한 달에 약 164만원을 썼다. 돌봄과 미래 관계자는 "60년대생은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인 '마처세대'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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