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하다 주저앉고, 소변이 콜라색"…요즘 2030 이 병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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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A씨는 지난 4월 두 아이를 제왕 절개로 출산할 때보다 훨씬 힘들었던 10일간의 입원기를 인터넷 블로그에 올렸다. 일상에 활기를 찾기 위해 시작한 스피닝(실내 자전거 운동)이 구사일생의 투병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첫 수업 직후 A씨는 난생처음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걸 경험했다. 사흘 지난 날에는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았다. A씨는 “다리에 불이 나는 느낌이었다”라며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으로 응급실에 갔다”라고 적었다. 병원에서 혈액·소변 검사를 한 결과 혈중 크레아틴 인산화효소(CK or CPK) 수치가 정상 1000배를 훌쩍 넘는 15만7952IU/L이었다. 간수치(AST)도 기준치의 4배 가까운 1317IU/L이었다. 진단 결과 ‘횡문근융해증’이었다. 무리한 신체 활동 탓에 몸의 근육 세포가 녹아내리는 병이다. A씨는 “운동은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니 적당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라고 했다.

스피닝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스피닝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최근 A씨처럼 횡문근융해증으로 병원을 찾는 20·30대 젊은 층이 부쩍 늘고 있다. 20대 B씨는 PT(퍼스널 트레이닝)을 1회 받은 직후 횡문근융해증에 걸렸다. 스쿼트를 그리 많이 한 것 같지도 않은데 PT 첫날 다리가 후들거리더니 사흘 차부터 다리가 굽혀지지 않았다. B씨는 “기존에 겪어본 것과 차원이 다른 극심한 근육통이 있었고 앉았다 일어났다가 어려웠다”라며 “적색이 도는 소변도 나왔다”라고 했다. 인터넷에는 A·B씨 같은 후기가 심심찮게 올라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횡문근융해증만을 단일 질병 코드로 분류하고 있지 않아 전체 환자 수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강북삼성병원 양지현 신장내과 교수는 “매주 환자를 보고 있다”라며 “과거에는 전문적으로 훈련하는 선수나 축구부·야구부 학생들이 주로 왔다면 최근 스피닝, PT 등을 하다 오는 분이 절반 정도 된다”라고 말했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헬스 시작 3일 만에 무리하게 스쿼트를 하다가 소변이 콜라 색으로 변했다고 오고, 근육통이 심해 왔는데 CPK 수치가 12만 넘는 환자도 있다”라며 “훈련소에서 며칠 만에 간염이 의심된다며 퇴소하고 온 경우도 있었다”라고 했다. 최근 ‘몸짱’ ‘바프(바디프로필)’ 열풍에 더해 몸으로 경쟁하는 피지컬(신체 능력) 예능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

본격 여름철을 앞두고 단기간에 살을 빼려고 크로스핏·스피닝 등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경우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다이어트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다이어트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평소 운동을 잘 하지 않다가 갑자기 과한 운동을 하면 근육에 충분한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근육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손상된 근육세포막이 혈액으로 방출되면 횡문근융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젊은 층에서 무리한 운동이 원인이 되어 많이 발병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생길 수 있다. 양지현 교수는 “무리한 등산으로 다리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해서 오기도 한다”라며 “요양원에서도 거동이 어려운 분들이 한 자세로 오래 있다가 온다.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뒤 밤새 움직이지 않았다가 진단받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주요 증상은 근육통과 소변이 짙은 색, 콜라 색 등으로 변하는 것이다. 혈뇨 형태일 수도 있다. 이외 부종이나 현기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혈액·소변 검사를 해 미오글로빈뇨나 CPK 수치를 보고 진단한다. 콩팥 기능 변화, 전해질 이상, 간수치 변화도 동반할 수 있다.

치료법은 휴식을 취하며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다. 혈액의 미오글로빈뇨 등을 소변으로 빨리 배출해내야 한다.

양지현 교수는 “대사성 질환, 급성 신장 손상 등 투석 치료가 필요한 합병증까지 불러올 수 있어 적기 치료가 필요하다”라며 “근육 손상 정도가 심각하면 구획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으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또 “수액 치료를 해도 반응이 없으면 급성 콩팥(신장)병으로 진행해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증상이 경미하면 가까운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수분을 공급하면서 호전될 때까지 지켜보면 된다. 양지현 교수는 “스스로 수분 섭취가 어렵거나 탈수 증상이 심할 때, 소변량이 줄었을 때는 경구 수분 공급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어 입원해 정맥 수액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양지현 교수는 “본인의 신체 능력에 맞게 단계적으로 천천히 운동량을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간중간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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