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열었더니... 시간 여행을?" 7700억 원 들여 만든 中 관광지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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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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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홍루멍·희극환성(只有紅樓夢·?劇幻城). 웨이보(微博)

“열여섯 개의 문을 통과하면 각기 다른 꿈을 만나게 된다.

어떤 꿈은 병원 복도에서 시작되고, 문을 열면 1980년대 주택 단지의 복도와 연결되며, 심지어 어떤 문은 구치소 복도와 이어지기도 한다.

각 빛줄기는 새로운 시대로 통하고, 각 출구는 내가 꿈꾸던 장소로 인도한다.”

독특한 콘셉트로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단숨에 유명 관광지로 떠오른 이곳은 지난해 7월 중국 허베이(河北)성 랑팡(廊坊)시에 개장한 연극 테마 관광지 ‘오직 홍루멍·희극환성(只有紅樓夢·戲劇幻城, 이하 희극환성)이다.

희극환성은 중국 사대 명저 중 하나인 ‘홍루몽(紅樓夢)’을 소재로 중국의 유명 연출가 왕차오거(王潮歌)가 장장 8년간 준비한 초대형 연극 프로젝트다. 왕차오거 감독은 중국 거장 장이머우(張藝謀) 감독과 함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폐막식 공연 등을 공동 연출하며 이름을 알렸다.

‘오직 홍루멍·희극환성(只有紅樓夢·戲劇幻城). 웨이보(微博)

‘오직 홍루멍·희극환성(只有紅樓夢·戲劇幻城). 웨이보(微博)

희극환성에는 4개의 대형 실내 공연장을 비롯해 8개의 소형 공연장을 마련되어 있으며, 전체 규모는 15만여㎡로 축구장 21개와 맞먹는다. 희극환성을 조성하는데 무려 40억 위안(한화로 약 77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에 1000여 명의 배우들이 공연에 참여하며, 총 108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하루 평균 공연 시간은 800분에 달하며,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진행된다.

희극환성의 가장 큰 특징은 ‘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이다. 이머시브 공연이란 관객이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를 수동적으로 감상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하게 만드는 연극이나 공연을 일컫는다.

왕차오거 감독은 앉아서 정적으로 관람하던 기존의 전통적인 관람 방식을 탈피해, 이동식 무대와 미로형 디자인을 채택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희극환성 입구에서 화려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웨이보(微博)

희극환성 입구에서 화려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웨이보(微博)

관객들이 희극환성에 처음 들어서면 홍루몽과 관련된 테마곡이 울려 퍼지는 거대한 입구에 도달하게 된다. 입구엔 16개의 각기 다른 중국 전통 디자인을 채택한 문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문을 선택하고 들어서면, 비로소 꿈같은 여정이 시작된다.

기존 홍루몽을 소재로 했던 작품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원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연출하는 대신, 홍루몽 독자들을 세계관 속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 있다. 준비된 연극은 모두 창작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몰입도 있는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

왕차오거 감독은 “홍루멍이 세상에 나온 지 270년이 됐다”면서 “1000명에겐 1000권의 홍루몽이 있고, 각기 다른 시간, 장소, 나이, 상황에서 읽는 홍루몽은 모두 다르다. 800시간에 달하는 공연에서는 다양한 시공간에서 벌어진 독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언급했다.

희극환성 ‘제35중학교 공연장(三十五中学剧场)’. 웨이보(微博)

희극환성 ‘제35중학교 공연장(三十五中学剧场)’. 웨이보(微博)

여러 공연장 중에서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곳은 ‘제35중학교 공연장(三十五中學劇場)’이다. 이 공연장은 1987년 베이징의 실제 학교 건물을 배경으로 하여, 드라마 버전의 '홍루몽'이 처음 방영된 시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복을 입고 교실과 복도 사이를 오가며 청소하는 학생들, 교탁 앞에서 수업 준비를 하는 선생님, 교실 입구에서 벌쓰는 학생 등 학창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장면이 연출되어 관객들에게 중학생 시절의 추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교실 책상에 앉은 관객들은 배우들과 상호작용하며 공연을 함께 만들어 나간다.

희극환성의 ‘침대 공연장’. 웨이보(微博)

희극환성의 ‘침대 공연장’. 웨이보(微博)

만약 낯선 사람과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꺼려진다면, 이 공연장에 입장하지 마세요.

누군가가 당신의 몸을 살짝이라도 건드리는 것을 싫어한다면, 이 공연장에 입장하지 마세요.

만약 쉽게 코를 고는 편이라면, 특히 소리가 크다면, 이 공연장에 입장하지 마세요.

만약 발 냄새가 심하게 난다면, 공연장에 입장하지 마세요.

독특한 입장 조건이 내걸려 있는 이 공연장은 ‘침대 공연장’이다. 어두컴컴한 공연장에는 130개의 침대가 마련되어 있으며, 벽에는 특별 제작된 초대형 거울이 걸려 있어 관객들은 침대에 누워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희극환성의 ‘퉁자 건물(筒子楼)’ 연극. 웨이보(微博)

희극환성의 ‘퉁자 건물(筒子楼)’ 연극. 웨이보(微博)

이 외에도 시간 여행을 통해 1917년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로 돌아간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상하이로36호(上海路36號) 연극’, 1999년 새천년을 앞두고 광저우시의 오래된 다세대 주택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퉁자 건물(筒子樓) 연극’, 그리고 2018년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베이징 후퉁 53호 병원(北京鬍同53號院)’ 연극까지. 다양한 시대와 장소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이 108편의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보도에 따르면 ‘오직 홍루멍·희극환성’은 개장 이후 올해 4월까지 약 6700회의 공연을 진행했으며, 1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노동절 연휴 기간인 5월 1일부터 5월 5일까지 하루 100회에 가까운 공연을 추가로 진행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며, 연휴 동안 하루 평균 1만 명의 인원이 희극환성을 찾았다.

한편 중국 공연 업계는 지속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공연산업협회(中國縯出行業協會, CAPA)에서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노동절 연휴 닷새 동안 중국 전역의 공연 건수는 3만 4400회로 전년 대비 10.6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티켓 매출은 20억 8400만 위안(약 3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7.17% 증가했으며, 관객 수는 1026만 7300명으로 18.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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