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바이오기업 퇴출 위기…세계 최대 美시장서 한일전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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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 설치된 중국관. 예년보다 규모가 확연히 줄었다. 김경미 기자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 설치된 중국관. 예년보다 규모가 확연히 줄었다. 김경미 기자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이 열린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 개막 첫날인 3일(현지시간) 가장 눈에 띈 것은 예년과 달리 중국 기업 전시관과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팬데믹 직전이던 2019년, 전시장 중심부에 대형 국가관(중국관)을 세우고 당국의 바이오 육성 의지를 과시했던 중국은 올해는 행사장 입구 한 쪽에 작은 전시관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中,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서 퇴출 위기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논의가 본격화하자 중국 역시 글로벌 바이오 수주전에서 한걸음 물러나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수년째 바이오USA를 방문하고 있는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중 갈등이 격화됐던 지난해만 해도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의 주요 바이오 기업이 미국 법인을 앞세워 전시장 곳곳을 채웠다”며“올해는 참여 기업 수도, 중국인 참관객의 수도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의회 표결을 앞둔 ‘생물보안법’은 미국 연방기관·기업과 중국 바이오 기업 간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 대상으로 명시된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BGI 등의 경우 법안 통과시 2032년부터 미국과의 거래가 중단된다.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톱3에 꼽히는 우시바이오로직스로서는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고객사를 잃게 된다.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인 바이오USA의 주관사이자 미국 내 대표적인 로비 단체인 미국바이오협회(BIO)는 미 정부의 행보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3월 존 크롤리 미국바이오협회 회장은 생물보안법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미국바이오협회 회원사였던 우시앱텍은 탈퇴를 결정했다.

반사이익 노리는 K바이오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 설치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시공간.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 설치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시공간.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인 미국에서 중국 기업의 퇴출이 가시화되자 한국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노리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바이오USA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이오팜 등은 대규모 전시 부스를 마련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국내 최대 CDMO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개막 첫날만 1000여 명이 전시 공간을 방문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해외 기업 관계자 수백명이 방문해 미국 시러큐스 공장과 인천 송도바이오로직스의 CDMO 생산시설에 대해 문의했다고 밝혔다. 차바이오텍의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자회사인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개막 전부터 30개 이상의 고객사가 상담을 요청했다. 미국 현지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강점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며 “생물보안법의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수혜 기대하는 日 업체들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의 메인 스폰서인 후지필름의 전시 공간. 전광판을 통해 CDMO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김경미 기자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의 메인 스폰서인 후지필름의 전시 공간. 전광판을 통해 CDMO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김경미 기자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기대와 달리 일본 기업들이 법안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번 바이오USA 기조연설에서 미 국방부 장성 출신 인사가 바이오 안보 문제를 발표하는 등 바이오 산업에 미치는 지정학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일본이 미국과의 친밀한 외교 관계를 활용해 중국 바이오 기업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최대 CDMO 기업인 후지필름은 최근 공격적인 투자로 생산시설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후지필름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1800억엔(약 1조 6000억원)을 들여 CDMO 공장을 설립하고, 유럽·일본 공장도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지필름은 2028년까지 약 78만 리터의 생산 규모를 확보할 예정인데 이는 내년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공장을 준공한 후 갖게 될 생산능력(78만4000리터)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CDMO 사업은 트랙 레코드, 즉 앞서 쌓아온 실적과 업력이 중요하다”며 “후지필름이 생산 설비를 갖춘다고 해도 선뜻 후발 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길 바이오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바이오 수주전이 정치화되고 있는 건 맞다”라며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바이오 산업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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