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군견 '달관'이 묻힌 이곳...전북 임실엔 동물 현충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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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오수 펫 추모공원 내 추모실에서 12년간 인명을 구조하다 죽은 군 수색견 '달관(셰퍼드)'을 향해 32사단 소속 장병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달관'은 펫 추모공원 내 동물 현충원에 안장됐다. 사진 임실군

지난 2월 1일 오수 펫 추모공원 내 추모실에서 12년간 인명을 구조하다 죽은 군 수색견 '달관(셰퍼드)'을 향해 32사단 소속 장병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달관'은 펫 추모공원 내 동물 현충원에 안장됐다. 사진 임실군

'국민 군견' 달관 등 8마리 안장 

의견(義犬) 고장인 전북 임실엔 국가에 헌신한 경찰견·군견 등을 안장하는 '동물 현충원'이 있어 눈길을 끈다. 동물 현충원은 국내 유일한 공공 반려동물 장례식장인 '오수 펫 추모공원'에 있다. 이곳 잔디장(葬) 터(1333㎡) 중 645㎡에 조성했다. 임실군은 2018~2020년 국비 등 50억원을 들여 오수면 1만354㎡ 부지에 화장·봉안 시설과 자연장(수목장·잔디장) 장지 등을 갖춘 펫 추모공원을 만든 뒤 민간 업체(㈜동물사랑)에 운영을 맡겼다.

4일 임실군에 따르면 2021년 8월 문을 연 오수 펫 추모공원 내 동물 현충원엔 개 8마리가 안장돼 있다. 2021년 12월 15일 안치된 장애인 도우미견 '사랑이(웰시코기)'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엔 32사단 소속 군 수색견 '달관(셰퍼드)'이 지난 2월 1일 이곳에 묻혔다. 12년간 숱한 인명을 구조한 '달관'은 2019년 8월 2일 충북 청주에서 가족과 등산을 갔다 실종된 조은누리(당시 14세)양을 발견해 10일 만에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 '국민 군견'으로 불렸다.

인명을 구한 국민 영웅견 육군 제32사단 기동대대 소속 군견 '달관(수컷 셰퍼드)'의 생전 모습. 달관은 2019년 8월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여중생 실종 사건에 투입, 박상진 원사와 함께 실종자인 조은누리(당시 14세)양을 열흘 만에 무사히 찾아 국민 영웅견 칭호를 받았다. 중앙포토

인명을 구한 국민 영웅견 육군 제32사단 기동대대 소속 군견 '달관(수컷 셰퍼드)'의 생전 모습. 달관은 2019년 8월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여중생 실종 사건에 투입, 박상진 원사와 함께 실종자인 조은누리(당시 14세)양을 열흘 만에 무사히 찾아 국민 영웅견 칭호를 받았다. 중앙포토

오수 펫 추모공원 내 조성 

경찰견 중에선 지난해 5월 11일 안치된 광주경찰청 소속 '렉스(셰퍼드)'가 처음이다. '렉스'는 살해·유기 사건 피해자 시신 발견부터 건물 붕괴 사고 실종자 수색까지 평생 구조 현장을 누볐다. 이어 지난해 12월 19일 경찰인재개발원 소속 '키캣(래브라도 레트리버)'과 '라텔(셰퍼드)'도 동물 현충원에 나란히 잠들었다.

이와 함께 오수개연구소에서 기르는 오수개가 자연사하면 합장 형식으로 동물 현충원에 안장한다는 게 임실군 설명이다. 오수 펫 추모공원에선 지난 5월까지 화장 3011건, 메모리얼 스톤(반려동물 유골로 만든 보석) 제작 753건, 봉안당 안치 119건, 자연장 157건 등 반려견 장례를 치렀다. 임실군 관계자는 "지역이 의견 고장임을 알리고 증가하는 반려견 장례시설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동물 현충원 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4일 심민(가운데 왼쪽) 임실군수와 박성주(가운데 오른쪽) 경찰인재개발원장 등 양측 관계자들이 경찰견을 예우하는 장례 절차를 체계화하는 업무 협약을 맺은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임실군

지난 4월 24일 심민(가운데 왼쪽) 임실군수와 박성주(가운데 오른쪽) 경찰인재개발원장 등 양측 관계자들이 경찰견을 예우하는 장례 절차를 체계화하는 업무 협약을 맺은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임실군

경찰인재개발원과 경찰견 장례 업무 협약 

그간 "경찰견은 인명 구조부터 과학 수사까지 다양한 업무를 보조하지만, 장례 절차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고 장례 비용도 별도 지원이 안 돼 예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경찰인재개발원은 지난 4월 24일 임실군과 경찰견 장례 절차를 체계화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 두 기관은 오수 펫 추모공원에 경찰견 안장 구역을 확보하고 관리·유지에 힘쓰기로 했다.

임실은 의견 오수개로 유명하다. 주인을 구하고 죽은 오수개 이야기는 고려시대 문인 최자가 1254년에 쓴 『보한집』에 나온다. 973년 김개인이란 사람이 집에서 키우던 개와 외출해 술을 먹고 돌아가다가 숲에서 잠들었다. 갑자기 들불이 번져 주인이 위태로워지자 개가 근처 냇가를 수백 번 왕복하며 몸에 적신 물로 불길을 막았다. 잠에서 깬 김개인이 이 사실을 알고 몹시 슬퍼하며 죽은 개를 땅에 묻고 갖고 있던 지팡이를 꽂았다. 이 지팡이가 나중에 커다란 나무가 됐다. 개 오(獒)와 나무 수(樹)를 합한 지명 '오수'가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동물 현충원이 조성된 오수 펫 추모공원 내 자연장 전경. 사진 임실군

동물 현충원이 조성된 오수 펫 추모공원 내 자연장 전경. 사진 임실군

1000년 전 주인 구한 오수개 

임실엔 오수개를 기리는 의견비도 있다. 1928년 전라선 개설 공사 중 오수면 상리마을 앞 하천에서 발견됐다. 비석 앞면엔 하늘을 보고 누운 개 형상과 개 발자국 모양이 있다. 뒷면엔 최소 65명이 넘는 시주자 명단이 새겨져 있다. 1940년 원동산공원으로 옮긴 의견비는 1971년 전라북도 민속문화재 1호로 지정됐다. 1982년부터 매년 5월엔 오수개 넋을 기리기 위한 오수의견문화제가 열린다. 오수고는 올해 전북펫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꾸고 반려동물 행동 교정 전문가를 육성하는 반려동물산업과 신입생 20명을 뽑았다.

1996년 문을 연 민간 단체인 오수개연구소는 1000여 년 전 실존했던 고려개를 근간으로 2008년 오수개를 복원했다. 오수개 연구 추진위원회를 주축으로 3차례에 걸쳐 복원·육종 사업을 추진한 끝에 '다롱이(암컷)'를 오수개 기본형으로 제정·선포했다.

오수개연구소가 1000여 년 전 실존했던 고려개를 근간으로 2008년 복원한 오수개 '다롱이'. 사진 오수개연구소

오수개연구소가 1000여 년 전 실존했던 고려개를 근간으로 2008년 복원한 오수개 '다롱이'. 사진 오수개연구소

2008년 오수개 복원…"경찰견 활용 연구"  

오수개연구소는 현재 오수개 약 70마리(민간 위탁 포함)를 기르고 있다. 오수개 눈은 황금빛에 아몬드 형태라고 한다. 귀는 역삼각형이고, 털은 주황색이다. 꼬리는 공작처럼 말려 올라갔다.

이정현 오수개연구소 기획연구팀장은 "오수개는 고려개·더펄개(긴 털이 더부룩하게 난 개) 등으로 불린 품종이 한반도에 내려온 뒤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 기후·풍토에 맞게 토착화했다"며 "오수개 복원 이후 새끼를 계속 낳아도 똑같은 모양을 유지하도록 유전적 고정률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수개연구소는 최근 경찰인재개발원과 함께 오수개를 경찰견으로 활용하기 위한 공동 연구·학술 교류도 시작했다.

 2021년 12월 15일 동물 현충원에 안치된 장애인 도우미견 '사랑이(웰시코기)' 생전 모습. 사진 임실군

2021년 12월 15일 동물 현충원에 안치된 장애인 도우미견 '사랑이(웰시코기)' 생전 모습. 사진 임실군

임실군 "세계적인 반려동물 성지 만들 터"  

임실군은 오수 펫 추모공원을 비롯해 ▶반려동물 지원센터 ▶반려동물 특화농공단지 ▶세계 명견 테마랜드 ▶반려동물 캠핑장 등을 연계한 반려동물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2026년까지 408억원을 들여 오수면 오수리 일대 24만㎡에 만든다. 심민 임실군수는 "임실을 세계적인 반려동물 성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오수개가 잔디밭에서 힘껏 점프해 공중에 떠 있는 링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오수개연구소

오수개가 잔디밭에서 힘껏 점프해 공중에 떠 있는 링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오수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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