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영 스파이 전쟁…"영국 MI6에 포섭된 부부 간첩단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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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에 중국의 국기 오성홍기와 영국의 국기 유니언잭이 걸려 있다. AFP=연합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에 중국의 국기 오성홍기와 영국의 국기 유니언잭이 걸려 있다. AFP=연합

영국 정보기관이 중국 공무원 2명을 간첩으로 포섭해 중국을 상대로 정보수집 활동을 벌였다고 중국 방첩기관이 3일 발표했다. 이른바 '스파이 사건'을 놓고 유럽 각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심해진 가운데 중국이 영국을 상대로 '역공'을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중국의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MSS)는 중국의 국가기관 직원 왕(王)씨와 저우(周)씨 부부를 영국의 비밀정보국(MI6)에 포섭돼 모반을 획책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왕씨는 지난 2015년 영국 유학 기회를 제공하는 중·영 인적 교류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MI6는 왕씨가 중요한 직책에 있다고 판단해 유학을 허가했고, 영국에 온 뒤엔 식사와 여행을 제공하면서 그의 약점 등을 파악했다.

MI6는 대학 동문을 가장해 접근해 고액의 보수를 제공하는 자문 기회를 제안했다. 이어 왕씨에게 중앙 국가기관의 내부 정보를 요구하면서 보수를 높여갔다. 이후 MI6 측은 신분을 밝히고 안전 보장을 약속하면서 왕씨에게 스파이 훈련을 받게 했고, 그가 귀국 후 활동을 지휘했다.

공무원인 부인 저우씨도 왕씨를 통한 MI6의 반복된 권유·유혹에 넘어가 영국을 위해 정보 수집 활동을 했다고 MSS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주장을 자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으며, 영국 정부는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 뱃지. 국가안전부 위챗 캡처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 뱃지. 국가안전부 위챗 캡처

앞서 영국 당국은 지난 4월 22일 전직 의회 보좌관을 포함한 두 명의 영국 남성이 중국을 위해 ‘기밀법’을 위반해 ‘적국’에 불법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했다. 5월 13일에는 런던 경찰이 위안쑹뱌오(袁松彪) 주런던 홍콩 경제무역청 행정관 등 3명을 외국 정보기구 협조와 외국 간섭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체포됐던 전직 영국 해병 매슈 트리켓(37)은 지난달 20일 런던 외곽 메이든헤드시의 한 공원에서 사인 불명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올해 들어 유럽 각국에서 중국 스파이들이 적발됐다. 독일 당국은 지난 4월 중국 당국과 접촉해 민감한 군사 기술을 중국에 판매하려 한 혐의로 두 명을 체포했다. 유럽의회 소속 극우 의원의 보좌관도 중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해 12월에는 극우 성향의 프랭크 크레옐만 전 벨기에 상원의원이 3년 이상 중국의 정보 자산으로 활동한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중국과 영국의 첩보전은 최근 영국이 어려운 경제의 회복을 위해 국제적인 비즈니스 연계를 촉진하려는 시기에 불거지면서 중·영 관계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고 FT는 우려했다.

3일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법치국가이며 관련 기관이 발표한 (스파이) 사건은 사실과 증거가 확실하다”며 “중국은 이른바 ‘중국 간첩’ 활동을 조작해 중국의 이미지를 먹칠하는 데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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