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경제활동이 출산율을 낮추는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여럿 나온 상황에서 최근 정반대의 논문이 발표됐다. 국제적으로 보면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을수록 출산율도 높다는 내용이다. 여성경제활동과 출산율을 놓고 연구결과가 엇갈린 건 노동생산성에 있었다.
1일 최숙희ㆍ김지현 한양사이버대 교수가 발표한 ‘여성 경제활동, 생산성 및 소득불평등과 출산율의 관계: 국제비교’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할수록 합계출산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한국·미국을 비롯해 UN과 OECD에 가입한 97개 국가 통계를 기반으로 분석했다.
이는 이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통계개발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여성이 취업하거나 맞벌이를 하는 가구가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자녀 수가 적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맞벌이 가구의 자녀 수는 1.36명으로, 비맞벌이 가구(1.46명)보다 적었다. 특히 고소득층인 소득 5분위(상위 20%)에서 비맞벌이(1.75명)와 맞벌이(1.43) 가구의 자녀 수 차이가 컸다.
남성의 소득이 증가할수록 자녀 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성은 반대였다. 여성 소득이 100% 증가할 때 자녀 수는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IMF 역시 지난 21일 한국과 일본에 대한 보고서에서 여성이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승진 지연, 가사부담 문제를 겪는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결혼 시점이 늦춰지고 출산 감소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성 낮은 탓”…근로시간 변수가 중요
하지만 최 교수는 경제활동참가율뿐 아니라 노동생산성과 출산율의 관계에 대해서 주목했다. 경제활동 여부 외에 근무시간이나, 시간당 생산량을 모두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국내 저출산의 원인을 긴 근무시간이나 낮은 생산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봤다.
최 교수 분석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봤을 때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국가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출산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 중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1~3위인 아이슬란드ㆍ뉴질랜드ㆍ스웨덴의 출산율은 각각 1.82, 1.64, 1.67명으로 OECD 평균 출산율(1.58명)을 상회했다.
또 여성경제활동참가율 변수와 근무시간당 생산량 변수는 각각 1% 유의수준에서 양(+)의 값을 가졌다. 그는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이 늘어날수록, 근무시간당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출생률이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생산성 향상이 출생률 증가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며 “생산성 향상은 근로를 하지 않아도 부가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산업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으로, 여성은 소득 활동과 출산‧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1994년 출산율이 1.73명까지 떨어졌던 프랑스는 주 35시간 근로제를 도입한 2000년 이후 출산율이 반등했다.
OECD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3.1달러로,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OECD 평균(53.8달러)은 물론 한국과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호주(55.9달러)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장시간 노동구조가 굳어진 상황에서 여성 경제활동이 증가한 게 한국에선 출산율 저하로 나타났다는 풀이가 나온다. 지난 1분기 출산율은 0.76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처음으로 0.8명 밑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