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종부세·상속세 합리적 개편 실기하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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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민주당에 이어 대통령실도 종부세 개편론

상속세와 함께 중산층 과도한 부담 완화를

‘구성의 오류’ 없게 전체 세수도 신경 써야

대통령실이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세금제도 개편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매년 7월에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는 만큼 대통령실의 세제 논의는 당연한 수순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시사했고, 같은 당 고민정 의원도 종부세의 총체적인 재설계를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일각의 종부세 폐지·완화론은 종부세가 지난 대선의 패배를 가져온 ‘정권교체촉진세’라는 처절한 반성에서 나왔을 것이다. 주로 종부세 납부자가 많은 ‘한강벨트’ 지역구 의원들이 종부세 완화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략적인 접근이라는 평가도 있다. 윤석열 정부가 종부세 부담을 많이 줄여주기는 했다. 1주택자 기본공제액을 12억원으로 높이고 공시가 현실화율 상승을 억제했다. 그래도 지난해 1주택자 종부세 대상은 11만 명이 넘는다. 1주택자나 은퇴생활자, 중산층까지 큰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종부세의 합리적 개편은 늦출 일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로 통합하는 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물론 종부세 폐지·완화로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저가 다주택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재산세 누진율을 고치는 등의 보완책도 세밀하게 마련돼야 한다. 종부세 개편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 내에서 호응이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잘 살리기를 바란다.

시대와 불화하고 있는 건 종부세뿐이 아니다. 상속세도 이젠 부자만 내는 세금이 아니다. 상속세 공제한도는 28년째 10억원이다. 이젠 서울 웬만한 아파트를 상속받아도 상속세를 내야 한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지만 기업 최대주주는 할증이 붙어 60%다. 상속 두세 번이면 경영권이 사라진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다. 과도한 상속세는 대주주가 주가 상승을 꺼리게 만들어 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부·여당은 상속세의 최대주주 할증을 폐지하고 상속자산 전체가 아니라 각각의 자녀가 실제로 상속받는 유산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상속세 개편에는 소극적이지만 종부세 완화와 마찬가지로 중산층의 과도한 세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여야가 합리적인 해법을 도출하기를 기대한다. ‘부자 감세’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종부세·상속세 등 현실과 맞지 않는 개별 세금의 불합리는 고치되, 전체 세제 개편의 큰 틀에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낡은 세금을 고쳐 각각 최적의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그림이 망가질 수 있다. 개별적으로 맞는데 전체적으로는 틀리는 ‘구성의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

특히 세제 개편으로 전체 세수가 감소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미 윤석열 정부의 2022년 감세로 2023~2027년 5년간 64조 4000억원의 세수가 줄고 2023년 감세로 2024~2028년 4조 8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한다고 예상했다. 대규모 세수 결손이 이어져 올해 이후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혹여라도 여야가 납세자의 환심을 사는 감세에만 골몰하고 세수는 뒷전에 두는 일이 있어선 안 되겠다. 저출산·고령화로 복지 지출은 늘어나게 돼 있다. 재정이 어려워지면 결국 증세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정치권은 해묵은 과제였던 종부세와 상속세를 개편하면서 나무가 아니라 숲을 조망하는 세제 개편을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