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부활 추진? 동의 못해"…조국 이어 이준석도 가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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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미래서울의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국인 주민 정책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미래서울의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국인 주민 정책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띄운 ‘지구당(地區黨) 부활’ 문제가 31일 여야 잠룡의 충돌로 이어졌다.

이른바 ‘오세훈법’을 통해 지구당 폐지를 이끌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구당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극 제왕적 당 대표를 강화할 뿐”이라며 “‘돈먹는 하마’라고 불렸던 당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선거와 공천권을 매개로 지역 토호-지구당 위원장-당 대표 사이에 형성되는 정치권의 검은 먹이사슬을 끊어내고자 하는 것이 오세훈법 개혁의 요체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여야가 동시에 지구당 부활 이슈를 경쟁적으로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이냐”며 “당 대표 선거에서 이기고 당을 일사분란하게 끌고 가려는 욕심”이라고 이 대표와 한 전 위원장을 직격했다. 이 대표는 대표 연임을 검토 중이고, 한 전 위원장은 전당대회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다. 오 시장은 “지구당을 만들면 당 대표가 당을 장악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며 “러시아 공산 혁명, 중국 문화대혁명, 통합진보당 사태 등에서 우리가 목도했듯이 극단적 생각을 가진 소수가 상식적인 다수를 지배하는 가장 우려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9일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지구당 부활 논쟁은 반개혁일 뿐만 아니라 여야의 정략적인 접근에서 나왔다”며 “결국 정치 부패의 제도적인 틀을 다시 마련 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개딸 정치’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고, 우리 당은 전당대회 원외 위원장들의 표심을 노린 얄팎한 술책에 불과하다”며 “부패로 퇴보하는 정치로 갈려고 시도 하는 건 큰 유감”이라고 썼다.

여권 인사의 비판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수수 사건에서처럼 여전히 정치 현장에서 돈이 오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국민의 불신이 높다”며 “지난 총선에서 의원정수 축소, 출판기념회 금지, 재판 기간 중 세비 반납 등 정치개혁안을 내세우며 읍소해놓고, 이제 와서 지구당 부활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원 전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전 세계적으로 원내 정당으로 바뀌고 있어 오히려 중앙당이 비대한 게 문제인데, 지구당까지 다시 만드는 게 어떻게 정치 개혁이냐”며 “중국 공산당이나 북한 조선 노동당 같은 사회주의 국가는 (지구당과 유사한 조직이) 다 있다”고 꼬집었다.

야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지구당 부활이 현재 정치 개혁의 제1과제인지 도저히 동의 못 한다”며 “한 전 위원장은 전당대회에서 비현역 (당협)위원장 대의원 표가 필요하니까 그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거대 양당이 공히 지구당 부활을 1과제로 내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JTBC ‘오대영 라이브’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지구당이 아니라 지구당 할아버지가 있었어도 (총선 때) 수도권에서 결과가 안 좋았을 것”이라며 “지금 후원 계좌를 열어놔도 대한민국 국민 중에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에게 후원할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 뒤 “한동훈 전 위원장이 드디어 구태의 길에 들어선 것”이라며 “이제 스스로 여의도 문법에 빠져서 여의도 사투리만 쓰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고는 “지구당 부활하면 원외 위원장들이 전당대회 도와준다? 그런 표 하나도 없다”고 했다.
지구당은 2002년 ‘차떼기 사건’으로 불린 한나라당 불법 대선 자금 사건 이후 검은 돈의 온상으로 지목됐고, 2004년 ‘오세훈법’으로 불린 정치관계법 개정을 통해 폐지됐다. 지구당 운영을 위해선 사무실 임차료와 직원 급여 등 상당한 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선 현역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지역)위원장의 불공정 경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후원회 사무실이 있는 현역 의원과 달리 원외 정치인은 사무실을 둘 수 없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2024 새미준 정기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 뉴스1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2024 새미준 정기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민주당은 그동안 지구당 필요성을 강조해왔고, 이재명 대표도 지난 23일 “지구당 부활은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지난 30일 페이스북에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엔 지구당 폐지가 정치 개혁이었지만,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 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 개혁”이라고 적었다.

22대 국회가 시작한 지난 30일 김영배 민주당 의원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구 부활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나경원·안철수 의원도 지구당 부활에 긍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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