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당 1200원, 숫자 7개로?…시시해진 로또 당첨금 상향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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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 중이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 중이다. 연합뉴스

‘로또 6/45(이하 로또)’ 당첨 금액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의견 수렴에 나섰다.

30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복권위원회를 통해 로또 당첨 금액을 늘릴지를 결정하기 위한 의견 수렴을 진행한다. 복권위원회는 기재부 장관 소속으로 복권의 발행·관리·판매, 복권수익금의 배분·사용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다. 조현진 기재부 복권총괄과장은 “특정한 방향성 없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복권위 위원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의견 수렴할 이슈”라며 “공청회를 하든지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밝힌 데 이어 후속 조치가 펼쳐지는 것이다.

기재부가 움직이는 배경에는 “갈수록 물가는 오르는데 당첨금은 오히려 쪼그라들어 서민들의 ‘대박’ 꿈을 실현하는 기능이 저하됐다”는 불만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4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엔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서울 아파트를 12채 살 수 있었지만, 2022년엔 1채를 살 수 있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당첨금이 줄어든 주요 이유는 로또 한 게임당 가격이 2004년 8월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려간 이후 햇수로만 21년째 그대로인 데 있다. 해마다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로또 가격은 변함이 없으니 수요가 늘었고, 총 판매 금액이 불어났는데도 불구하고 1등 당첨자 수가 덩달아 많아지면서, 각자 가져가는 당첨금 규모가 작아졌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만일 정부가 의견 수렴 끝에 로또 당첨금을 늘리기로 결정한다면, 그 방법으로 우선 판매 가격을 올리는 안이 거론된다. 한 게임당 가격이 2000원일 때 1등 당첨 금액은 최고 407억원가량(2003년 4월12일)까지 나왔다. 최근 20억원 안팎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20배 수준이다.

적정 수준으로 로또 판매 가격을 올리면 정부가 가져갈 수 있는 몫(총 판매금액의 약 43.6%)도 커질 수 있다. 복지 재원을 확충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로또 판매액은 약 5조6497억원이고 이 가운데 43.6%인 2조4000억원 이상이 복지 재원으로 쓰였다.

정다운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적정 로또 가격으로 1200원 수준(200원 인상)을 제안했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점까지 고려해 나온 수치다.

한 소비자가 구매한 로또. 45개의 숫자 중 6개를 순서와 상관없이 맞추면 1등에 당첨된다. 연합뉴스

한 소비자가 구매한 로또. 45개의 숫자 중 6개를 순서와 상관없이 맞추면 1등에 당첨된다. 연합뉴스

기재부는 당첨금에 붙는 세금을 낮추는 방향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당첨금액 3억원까지는 22%를 떼고,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33%를 제한다. 해외 주요 국가처럼 아예 세금을 없앨 수도 있다. 2021년 10월 현재 복권 당첨액에 비과세하는 국가는 영국·프랑스·일본 등 11개국 이상이다. 다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로또 당첨자한테만 적용하지 않으면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기재부는 판매 가격이나 세금 체계를 건드리지 않고 로또 게임 방식을 수정해 당첨 확률을 낮추는 안도 살펴보고 있다. 현재 로또는 45개의 숫자 중 순서와 상관없이 6개를 맞추면 1등에 당첨된다. 예컨대 표본이 되는 숫자 수를 45개에서 50개로 늘리거나 맞춰야 하는 숫자 수를 6개에서 7개로 확대하는 식이다. 이 경우 1등 당첨 확률이 낮아지고, 그만큼 당첨자 수도 줄어들어 1등이 손에 쥐는 당첨금액이 증가한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기재부는 로또 당첨금을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당첨금이 올라갈수록 사행성을 조장하고 국민의 근로의욕을 꺾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기재부는 전날(29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로또 1등 당첨금 상향을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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