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물풍선 날린 다음날 탄도미사일 10여발 무더기로 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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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대량 날려 보낸 데 이어 30일에는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 미사일 10여발을 발사하며 연일 도발을 이어갔다.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전파 송출도 이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앞서 군사 정찰위성 발사 실패로 체면을 구긴 북한이 국면 전환을 노리는 동시에 이례적으로 많은 단거리 미사일을 쏴 한국의 방공망의 허점을 노릴 수 있다는 과시성 무력시위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6시 14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비행체 10여발을 포착했다”며 “미사일은 350여㎞를 날아가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이번 발사체는 북한의 600㎜ 초대형 방사포(KN-25)일 가능성이 크다. 군 역시 10여발의 비행 항적이 유사하게 포착돼 단일 제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10여발을 한꺼번에 퍼부은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 그간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은 2~6발 수준이었다. 28~29일 오물 풍선 수백 개를 남쪽으로 보낸 데 데 이어 미사일 도발에서도 ‘물량 공세’에 나선 셈이다. 군사 도발에 테러 요소를 섞는 건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을 통해 두드러지고 있는 ‘하이브리드전’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오물 풍선으로 심리적 동요를 유발하고, 단거리 미사일로 우리 군의 방공망을 노린 셈이다.

군은 이를 위성 발사 실패에 대한 내부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대남 공세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는)북한군의 이러한 행위는 군사 작전”이라며 “남남갈등을 유도해 우리 민간단체의 풍선 부양을 차단하려는 정치적 목적의 저급하고 치졸하면서도 반인륜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쓰레기를 띄워 보내는 만큼 범죄행위로도 볼 수 있다고 이 실장은 덧붙였다.

군 당국은 북한이 동부~서부전선의 수 개 지점에서 풍선을 띄웠다고 보고 부양 원점을 감시정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군이 대남 풍선에 생화학 테러 물질을 실어 보낼 가능성도 예의주시 중이란 의미로 읽힌다.

다만 이 실장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높은 고도에서 화생방 무기가 폭발했을 경우에 지상에 내려오면 유독성이 없다”고 말했다.  군은 군사분계선(MDL) 이북 풍선 부양 원점을 들여다보며 북한군이 화생방 물질 등을 보내려 하는지 집중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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