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최, 혼인관계 존중 안해” 질타…사상 최대 위자료 20억원 지급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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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이혼’은 전례 없는 재산분할액과 함께 전례 없는 위자료를 선고받았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사건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30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자료는 유형의 손해를 제외하고, 정신적 손해 등에 대해 배상하는 성격의 금액이다. 이혼 위자료는 통상 최대치가 1억원으로 여겨져 왔다. 최태원 회장의 이혼 사건 1심 위자료도 1억원이었고, 법조계에선 “(재산분할액과 달리) 위자료는 최대치로 받아낸 것”이란 평이 많았다. 2심 ‘위자료 20억원’은 한 가사전문 법관마저 “듣도 보도 못한 액수”라며 놀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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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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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혼인관계’ ‘신뢰관계’를 언급하며 최 회장을 여러 차례 질타했다. 최 회장은 2013년 노 관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김희영(티앤씨재단 이사장)에게 (당시 남편과) 이혼하라고 했고, 아이도 낳으라고 했다. 다 내가 시킨 것”이라고 적고, 아이들에게 보낸 옥중편지에선 “종교적 신념에 의해 김희영이 낳은 혼외자와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다른 형사사건 법정 증언 등에선 “나는 김희영의 이혼소송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시철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원고 주장의 신빙성에 전반적으로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 2013년 노 관장에게 보낸 최 회장의 편지에 대해 “원고가 혼인관계를 존중했다면 도저히 이렇게 쓸 수 없었을 것”이라며 최 회장이 혼인관계를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2022년 1심 판결 이후 경제적 지원도 중단한 데 대해 “원고가 부부간 의무 이행을 충실히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김희영이 배우자와 유사한 지위인 양 상당 기간 부정행위를 계속 공식화했다”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헌법이 보호하는 혼인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십수 년간 배우자의 권리를 현저히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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