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다자외교 무대에서 북한 측 대표가 한국 대표를 향해 "더는 동족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내놨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한국 측 대표가 '한민족'을 대상으로 한 위협이라고 문제 삼자, 북한은 "남북관계는 '적대적 교전국 관계'라고 응수했다. 이는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교전 중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통일·화해·동족 개념을 폐기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주영철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한국과 북한이 동족이라는 개념은 북한 측의 인식에서는 이미 완전히 제거됐다"고 말했다. 주 참사관은 "양측 관계는 적대적인 교전국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면서 "즉, 더는 동족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한국이 한미일 안보 공조를 구실삼아 불법적인 무력 도발을 하는 북한의 태도를 지적하자 이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군축회의에 참석한 김일훈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참사관은 이날 러시아 측 대표가 한미일 안보 공조가 위험을 초래한다고 주장하자 "한국의 역내 협력의 성격에 대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심화하는 북한의 핵 위협 문제를 거론했다.
김 참사관은 "같은 한민족을 대상으로 한 핵 선제공격 위협을 포함해 전례 없이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위협이 역내 협력 강화의 이유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측에서 '한민족'이란 표현이 나오자, 북한 측이 곧장 "동족이 아니라"고 반박한 것이다.
앞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 중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다. 이후 북한 외교관들은 국제회의에서 한국을 '남조선(South Korea)' 대신 '대한민국'(ROK·Republic of Korea)으로 불러왔다. 동족의식의 흔적을 완전히 뺀 호칭을 사용해 적대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군축회의에서 미국·우크라이나·프랑스·이탈리아 등은 북한의 핵 개발과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비판했다. 또한 일부 국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이란과 군사 협력을 하는 것이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