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대통령 탄생 앞둔 멕시코…지지율 1·2위 모두 女과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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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멕시코 선거는 ‘사상 최초’ ‘역대 최대’ 등 각종 신기록을 쏟아낼 전망이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이 확실시되는 데다 이날 대통령뿐 아니라 주지사, 상·하원 의원 등 2만 여명을 한꺼번에 선출하는 역대 최대 규모 선거가 진행돼서다.

28일 현지 신문인 멕시코뉴스데일리는 다음달 2일 선거에서 약 1억 명의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포함해 2만700명의 대표를 선출한다고 밝혔다. 대선과 총선, 지방의회 선거까지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주지사 9명, 상원의원 128명, 하원의원 500명, 지방자치단체 공직자 1만9000여 명이 선출된다. 유권자 수, 선출 인원 규모 모두 멕시코 역사상 최대 규모다.

멕시코의 대선 후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한 유세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멕시코의 대선 후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한 유세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날 멕시코 전역에 17만 개의 투표소가 설치된다. 투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대선의 경우 투표가 종료되면 멕시코 중앙선거관리위원회(INE)가 곧바로 개표를 시작해 당일 잠정 집계 결과를 발표한다. 최종 결과는 2차 개표(6월 5~8일)를 거쳐 확정된다. 멕시코 대통령은 6년 단임제이며, 당선된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10월1일 시작한다.

멕시코 야권 대선후보 소치틀 갈베스가 27일 한 유세 집회에서 멕시코 국기를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멕시코 야권 대선후보 소치틀 갈베스가 27일 한 유세 집회에서 멕시코 국기를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1위 후보 셰인바움, 유대인 집안의 좌파 엘리트

가장 큰 관심은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을 앞둔 대선에 쏠렸다. 당선이 유력한 집권당인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후보, 이에 맞서는 우파 야당 연합인 광역전선의 소치틀 갈베스(60) 후보 모두 여성이다. 이번 멕시코 대선의 후보는 시민운동당(MC) 소속인 호르헤 알바레스 마이네스(38)까지 총 3명이지만, 일찌감치 두 여성 후보 간 대결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 24일 여론조사업체 미토프스키가 멕시코 경제지 엘이코노미스타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셰인바움이 지지율 48.9%로 1위, 갈베스는 28.1%로 2위를 차지했다. 마이네스는 10.3%로 최하위에 그쳤다.

시민운동당 소속의 호르헤 알바레스 마이네즈 대선 후보. AFP=연합뉴스

시민운동당 소속의 호르헤 알바레스 마이네즈 대선 후보. AFP=연합뉴스

1·2위 모두 여성 후보가 차지하면서, 멕시코는 1824년 헌법 제정 후 200년 만에 여성 대통령 탄생을 코앞에 두게 됐다.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유독 남성 우월주의가 강해 ‘마초 문화’(마치스모, El Machismo)의 나라로 불린 멕시코에 전례없는 일이다. 두 후보는 모두 중남미 최고 명문대인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우남)를 졸업한 과학자 출신이란 공통점도 있다.

막강 대선 주자인 셰인바움은 모레나와 함께 좌파 계열 정당인 노동당·녹색당의 3당 연합의 단일 후보다. 임기말에도 지지율 60%대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의 후계자란 후광을 입었다. 중산층 유대인 집안에서 자란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멕시코 최초의 유대인 수반’이란 타이틀도 얻게 된다.

포니테일로 묶은 반듯한 긴머리와 온화한 미소는 그의 시그니처다. 아버지 카를로스는 화학공학자, 어머니 아나 마리아 파르도는 생물학자, 남동생은 물리학자로 집안 전체가 과학자다. 스스로 “내성적”이라고 표현할만큼 조용한 성품이자 엘리트적 면모가 강하다.

다만 깔끔하고 지적인 면모가 종종 냉담하고 경멸적 태도로 읽힌다고 AP는 지적했다. 그의 선거 캠프에 참여 중인 안토니오 산토스는 “회의에서 누군가 의견을 제시하고 뒷받침할 데이터를 내놓지 못하면, ‘확실한 근거를 찾아 다시 오라’면서 더는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는 6월 멕시코 대선의 유력한 후보 셰인바움. AFP=연합뉴스

오는 6월 멕시코 대선의 유력한 후보 셰인바움. AFP=연합뉴스

현 대통령보다 대미(對美) 관계는 긍정적으로 풀어갈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가난한 남부에서 태어나 영어를 못하고 해외여행도 싫어하는 서민적인 오브라도르와 달리, 수도 멕시코시티 출신 셰인바움은 어린 시절 발레 레슨과 프랑스어 개인 교습을 받은 지적인 인물로 UC버클리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쳐 영어도 유창하다”면서 “때때로 미국과 대립했던 오브라도르보다 미국과 부드러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갈베스 야당 후보, 대중 친화적 이미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갈베스 후보는 제도혁명당(PRI)·국민행동당(PAN)·민주혁명당(PRD) 등 야(野) 3당의 연합 후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원의원을 지냈다. 세련되고 차가운 이미지의 셰인바움과 달리, 뛰어난 유머감각과 털털한 모습으로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정책에서도 집권당과 차별화했다. 셰인바움은 항구·철도 등 주요 인프라 현대화, 긴축 재정, 정부 부채 축소, 노령 세금 확대 등 오브라도르의 기존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한 반면, 갈베스는 빈부격차 해소와 경찰제도 개선을 통한 치안 안정화 등 현 정부에서 비판받는 정책에 대한 대안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갈베스는 이번 대선에서 분명한 약자지만, 유권자 투표율이 60% 이상 높아진다면 예상밖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야권 연합 후보 소치틀 갈베스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야권 연합 후보 소치틀 갈베스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멕시코 선거에 대해 하상섭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교수는 “대선 못지않게 상·하원 총선 결과가 중요하다”면서 “대선과 총선이 같은날 치러지면서,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와 같은 당으로 몰아찍기를 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는 권력 집중으로 이어져 민주주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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