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스벅 등 '다회용컵' 사라진다…"물류·인건비 부담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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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컵, 반납 후 돈 돌려받는 시스템

제주도내 한 커피전문점에 설치된 '해피해빗' 다회용컵 수거기 위에 놓인 다회용컵. 최충일 기자

제주도내 한 커피전문점에 설치된 '해피해빗' 다회용컵 수거기 위에 놓인 다회용컵. 최충일 기자

다음 달 4일부터 스타벅스 등 제주도내 50개 커피숍에서 1000원을 내고 이용하던 '다회용컵'이 사라진다. 이곳에선 다회용컵 대신 1회용 플라스틱이나 종이컵을 쓴다. 이들 매장에서 다회용컵 관리를 맡았던 비영리 법인이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해서다.

제주도는 29일 “지역에서 쓰이는 다회용컵을 공급하고 수거·세척·재공급을 맡아온 ‘행복커넥트’가 이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복커넥트는 SK행복나눔재단이 출연한 사회적 기업이다. 이 회사는 다회용컵 순환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다회용컵(친환경 플라스틱 용기)은 70회 정도 사용한 뒤 다른 용품으로 재활용한다. 제주 시내에서 가동되던 다회용컵 세척 시설인 ‘행복커넥트 에코제주센터’에선 직원 24명이 근무했다. 하루 약 8000개~1만개 컵을 매장에서 받아와 세척하고 다시 매장으로 배달해 왔다.

행복커넥트 관계자는 “물류비와 인건비 등 재정 부담 때문에 사업 유지가 힘들어 지난달 말부터 세척공장 가동을 멈췄고, 모아둔 컵을 육지로 보내고 있다”며 “8
월 3일까지 컵 수거 장비를 매장에서 빼고, 그 이후 반환되는 컵은 해당 매장 카운터 등을 통해 현금 등으로 바꿔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등 50곳서 사라져...우도는 유지

제주도내 부속섬 우도의 한 카페에 설치된 '해피해빗' 다회용컵 수거기. 우도는 다회용컵 사용이 유지된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내 부속섬 우도의 한 카페에 설치된 '해피해빗' 다회용컵 수거기. 우도는 다회용컵 사용이 유지된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2021년 6월 환경부·한국공항공사·스타벅스·SK텔레콤 등과 에코제주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그해 7월부터 도내 스타벅스 매장과 제주도청 카페 등에서 다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했다. 보증금제는 1000원을 더 내고 다회용컵에 음료를 담아 구매한 뒤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주는 제도다.

제주에서 다회용컵 보증금제를 하는 매장은 모두 62곳이다. 이 중 다회용컵이 사라지는 것은 제주도 내 커피전문점 등 주로 음료를 파는 50곳이다. 스타벅스가 30곳으로 가장 많다. 제주도에 있는 모든 스타벅스 매장은 이 제도를 시행했다고 한다. 나머지 20곳은 제주도청과 제주도의회 등 관공서와 공공장소 내 카페 등이다. 다만 제주도 부속섬 '우도' 안 에 있는 카페 등 12곳에선 다회용컵 보증금제가 그대로 유지된다. 우도에 따로 세척 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행복커넥트가 사업을 중단함에 따라 제주에선 연간 약 400만개의 일회용 컵이 더 쓰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제주 62개 다회용컵 매장서 사용된 다회용컵은 399만 7000여개다. 우도에서 사용하는 다회용컵(2만여개)을 제외하더라도 397만개가 넘는다.

300원 일회용컵 보증금제 매장으로 전환

제주도내 한 커피전문점에 설치된 다회용컵 사용 공지 설치물. 최충일 기자

제주도내 한 커피전문점에 설치된 다회용컵 사용 공지 설치물. 최충일 기자

다회용컵이 사라지는 매장은 제주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 매장으로 전환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보증금 300원인 일회용컵을 반환하면 300원을 돌려주는 제도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품 사용 억제보다 ‘재활용’에 초점을 맞춰져 다회용컵 보증금제보다 덜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제주에는 일회용컵 재가공 시설이 없어 제대로 된 재활용도 쉽지 않은 상태다.

“민간 사업이라 철회 막기는 어려워” 

제주도내 6곳 매장에서 사용되는 '해피해빗' 다회용컵. 최충일 기자

제주도내 6곳 매장에서 사용되는 '해피해빗' 다회용컵. 최충일 기자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9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지자체별로 자율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지난 1월말 기준 제주 매장의 보증금제 참여율은 54.7%로, 가장 높았던 지난해 9월 96.8%보다 42.1%P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10월에만 71만여개에 달했던 반환컵 개수는 올해 들어 매달 30만개를 넘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국비로 세척시설을 만든 우도에선 다회용컵 사용이 그대로 이어진다”며 “민간에서 다회용컵 사업을 주도했기 때문에 사업 철회를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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