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해외 부동산 투자 꿈꿨다…6000평 저택의 일장춘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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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신혼여행⑬롬복

인도네시아 롬복은 정겨운 옛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섬이다. 이웃 섬 발리와 여러 면에서 닮았지만 물가는 훨씬 싸서 장기 여행을 즐기기 좋다.

인도네시아 롬복은 정겨운 옛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섬이다. 이웃 섬 발리와 여러 면에서 닮았지만 물가는 훨씬 싸서 장기 여행을 즐기기 좋다.

인도네시아 롬복 섬에서도 한 달을 살았다. 숙소는 월 50만 원 정도에 빌렸다. 집주인이 사는 본채와 여행자용 별채, 10m 길이의 수영장 그리고 잘 가꿔진 정원까지 갖춘 1000㎡(300평) 부지의 저택이었다. 마침 운이 좋았다. 우리가 머문 기간에 집주인이 고향에 가 있어서 이 모든 걸 우리 둘만 누릴 수 있었다. 식사는 주택에 상주하는 솜씨 좋은 가사도우미가 책임졌으니, 책 읽다가 밥 먹고 수영하다 잠드는 게 일상의 전부였다. 그러다 심심하면 시내 구경을 나갔고 가끔 땅을 보러 다니며 귀족 놀이도 해봤다.

아내의 여행

롬복에서 한 달을 지낸 건 2015년 4월이었다. 적도 아래 남반구에 위치한 섬은 가을을 지나는 중이었다. 습도는 낮고 강수량이 적었다. 이런 화창한 날씨가 10월까지 이어진다.

조그만 마을 학교의 어린이들 . 롬복에선 관광지를 조금만 벗어나도 여행자는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

조그만 마을 학교의 어린이들 . 롬복에선 관광지를 조금만 벗어나도 여행자는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

번잡한 도시 뒤편의 케케리 마을, 통나무로 만든 숙소에는 야외 수영장이 딸려 있었다. 풀빌라가 부럽지 않았다.

번잡한 도시 뒤편의 케케리 마을, 통나무로 만든 숙소에는 야외 수영장이 딸려 있었다. 풀빌라가 부럽지 않았다.

‘100% 힐링을 위한 섬’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롬복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300평 풀빌라 숙소에서 오롯이 둘만 머물며 한 달을 지냈기 때문일 수 있다. 휴양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숙소다. 롬복에선 특히나 그렇다.

건기가 시작될 무렵인 4 월, 롬복은 추수의 계절 가을이 시작된다. 10월까지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다.

건기가 시작될 무렵인 4 월, 롬복은 추수의 계절 가을이 시작된다. 10월까지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다.

당시 이 마을 사람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담장 너머로 소박한 현지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가끔 날 것의 장면을 만날 때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를테면 중년 남성이 개울가에서 바지를 내리고 대소변을 보고, 바로 옆에서 아낙이 아무렇지 않게 공심채를 뜯어가던 모습이다. 그래도 점심시간 나무 그늘에서 식사하는 농부의 모습이나 해 질 녘 그릇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는 여인을 보는 것 자체로 마음이 평온해졌다.
김은덕 think-things@naver.com

남편의 여행

우리가 머문 숙소. 거대 리조트가 점령한 해변과 비싼 관광지를 벗어나 현지인들이 사는 지역에 숙소를 구했다.

우리가 머문 숙소. 거대 리조트가 점령한 해변과 비싼 관광지를 벗어나 현지인들이 사는 지역에 숙소를 구했다.

‘어떻게 하면 롬복에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을까?’

한화 1000원이면 망고스틴 1kg을 살 수 있다. 매일 수영장에서 까 먹는 재미로 한 달을 보냈다.

한화 1000원이면 망고스틴 1kg을 살 수 있다. 매일 수영장에서 까 먹는 재미로 한 달을 보냈다.

바다에서 갓 잡은 신선한 생선을 숯불에 구워 요리한 아얌 바카르. 롬복의 특산품 매운 고추 양념이 한국인 입 맛에 딱 맞는다.

바다에서 갓 잡은 신선한 생선을 숯불에 구워 요리한 아얌 바카르. 롬복의 특산품 매운 고추 양념이 한국인 입 맛에 딱 맞는다.

밥을 먹고 나면 부동산을 보러 다녔다. 땅 보는 재미는 그동안 몰랐던 신세계였다. 아무것도 없는 땅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게 이리 흥미진진할 줄이야! 당시 롬복은 발리보다 투자 가치가 낮았던 터라 부동산 개발이 미진했고, 해변에서 멀어질수록 땅값이 현저히 낮아졌다.

롬복에서 찾아다닌 부동산 매물 중 하나. 1000만원 정도로, 300평의 땅을 살 수 있었는데 그 때 안 산 걸 땅을 치고 후회하는 중이다.

롬복에서 찾아다닌 부동산 매물 중 하나. 1000만원 정도로, 300평의 땅을 살 수 있었는데 그 때 안 산 걸 땅을 치고 후회하는 중이다.

한 번은 6000평 규모의 매물을 보러 갔다. ‘해외에 별장 짓고 싶은 사람 스무 명을 모아 1000만 원씩 갹출하면 어떨까?’ 사기꾼과 이상주의자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발상까지 하게 되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지 못한 건 H가 “현지인한테 지분 분할을 하지 않으면 땅을 매입할 수 없다”며 만류했기 때문이다.

5년 뒤 다시 찾아간 롬복은 부동산 개발 열풍이 불고 있었다. 다시 만난 H가 “이제는 땅을 사고 싶어도 파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어쩌면 내 인생 최초로 해외 부동산 보유자의 꿈이 그렇게 날아갔는지도 모르겠다.

백종민 alejandrobaek@gmail.com

롬복 한 달 살기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비행시간 : 10시간 이상(직항 없음,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등 경유)
날씨 : 4~10월 건기 추천
언어 : 인도네시아어
물가 : 발리보다 저렴한 편
숙소 : 500달러 이상(마타람 부근, 수영장 포함한 집 전체)

여행작가 부부 김은덕, 백종민

김은덕 백종민

김은덕 백종민

한시도 떨어질 줄 모르는 작가 부부이자 유튜버 부부. ‘한 달에 한 도시’씩 천천히 지구를 둘러보고, 그 경험의 조각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서울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마흔여섯 번의 한 달 살기 후 그 노하우를 담은 책 『여행 말고 한달살기』를 출간했다. 지은 책으로 『사랑한다면 왜』 『없어도 괜찮아』 『출근하지 않아도 단단한 하루를 보낸다』 등이 있다. 현재 미니멀 라이프 유튜브 ‘띵끄띵스’를 운영하며 ‘사지 않고 비우는 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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