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2만7000여 명의 경기도 양평군에는 공설화장장이 없다. 주민들은 이런 까닭에 경기 화성·성남, 강원 춘천·원주 등지의 화장장으로 원정 가 장례를 치러야 한다. 먼 거리 이동에 따른 불편에다 현지 주민보다 몇배 비싼 이용요금을 부담해야 하고 이용시간 제한까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양평군의 장사시설 조성 추진은 후보지조차 선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주민들의 불편은 계속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양평 지역에는 장사시설 조성이 절실한 과제다. 이런 지역 현안을 고려해 전진선 양평군수도 ‘군립 화장장 설립’ 공약을 내걸고 지방자치단체장에 당선됐다. 그는 재임 2년 동안 이 공약 실천을 위해 뛰고 있지만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군은 과천시와 함께 사용할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건립을 위해 지난 2~4월 후보지 공모를 진행했으나 신청 지역이 없어 재공모에 들어간다. 이번 재공모는 6~9월 4개월간으로 1차 공모보다 기간을 늘렸다. 공모 신청에 앞서 주민들 간에 머리를 맞대고 협의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라고 한다.
이는 세대주 60% 이상의 동의를 받은 마을에서는 유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주민 반대가 극렬할 경우 추진이 어렵기 때문에 신청에 앞서 주민 간 의견 일치가 가능하도록 유도하려는 고민이 담겼다.
군은 파격적인 지역발전 지원책도 제시하고 있다. 최대 150억원(유치 지역 60억원, 주변 지역 60억원, 해당 읍면 30억원)의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할 계획이어서 관심을 끈다. 올해 본예산(일반회계기준) 7377억원, 재정자립도 17.46%로 재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양평군 입장에선 파격적인 인센티브인 셈이다.
군은 이런 큰 인센티브 제공에 더해 건립 시 사업비와 운영비 등 예산 절감을 위해 지난 1월 과천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양평군과 과천시가 이용하는 공동형 종합장사시설은 ‘600억원+α’를 들여 30만㎡ 내외에 화장로 5기와 봉안당, 자연장지, 장례식장 등을 갖춰 2030년 건립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사실 화장장 설치는 난제 중의 난제다. 작은 갈등이 불씨가 돼 좌초되기 일쑤다. 앞서 양평군은 2021년 4월 공개 모집을 통해 용문면 삼성2리를 공설 화장시설 후보지로 결정해 건립을 추진했지만, 해당 마을 주민들이 화장시설 세부 입지가 민가에 가깝다는 등의 이유로 유치 신청을 철회해 무산된 바도 있다.
결국 어디서도 원치 않는 기피시설이지만 어딘가엔 들어서야 한다. 그러자면 인센티브 제공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 제공이 필수다. 다행히 이번 재공모를 앞두고 유치에 관심을 보이는 일부 지역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제 양평군은 해당 주민들과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에 더 힘써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