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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 속 멍 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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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훈 한림대 교수

최훈 한림대 교수

지난 5월 12일 ‘2024 한강 멍 때리기 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멍 때리기는 말 그대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상태를 말한다. 뭘 그리 쉬운 걸 가지고 대회까지 여나 싶기도 하지만, 막상 멍 때리기를 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비우려고 해도, 잡생각들이 끊임없이 침범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멍 때리기가 생각을 비우는 것이라면,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아야 할 텐데, 실제로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는 부위들이 활성화되면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DMN은 자신과 남을 생각하고, 기억 속 정보를 조직화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과 관련 있으며, 특히 창의성과 통찰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멍 때리면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심리만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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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도 ‘부화 효과’라고 하는 유사한 현상이 있는데, 어떤 문제를 풀다가 해답이 생각나지 않을 때, 잠시 문제에서 벗어나 시간을 갖다가 복귀하면 해답이 쉽게 떠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난관에 처했다는 것은 현재 적용되는 해법이 틀렸다는 이야기인데, 우리는 그 해법에 고착 상태가 되어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휴식 시간을 가지면, 고착 상태가 풀리면서 더 유연한 사고가 가능해진다.

최근 ‘갓생’이 유행이라고 한다. 갓생은 ‘God’과 ‘인생’의 합성어로 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신은 공평해서 모든 인간에게 24시간을 줬고, 동시에 신은 공정해서 인간에게 각자 다른 시계를 줬다는 말처럼 시간을 아껴 부지런히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갓생의 나라에서 울려 퍼진 멍 때리기 대회는 우리의 뇌에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소리처럼 들린다. 지금 만약 출근길이라면, 이제 휴대폰에서 잠시 눈을 떼고 멍 때려보는 것이 어떨까. 가끔은 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당연한 진실을 맞이하자.

최훈 한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