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전세사기법도 단독처리…“새 국회도 협치없다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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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단독 처리로 국회를 통과한 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진 이들을 민주유공자로 지정해 혜택을 제공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이 법은 지원 대상이 논란거리다. 이 법안 제4조는 지원 대상자에 대해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해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기여한 희생 또는 공헌이 명백히 인정되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심사 기준이 불명확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부산 동의대 사건,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 서울대 프락치 사건 관련자도 유공자로 적용될 수 있다며 입법을 반대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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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부처인 국가보훈부 강정애 장관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법안은 보훈의 가치를 훼손하고 국가정체성을 흔들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대통령에게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도 여당 의원 퇴장 속에 재석 의원 17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전세 임차인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을 국가가 물어준 뒤 나중에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자금을 회수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가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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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은 해당 법안에 대해서도 통과를 강하게 반대했다. 피해 구제 비용이 3조~4조원이나 들어가는 데다 서민이 청약을 위해 맡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기금을 투입하는 것도 문제라는 논거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마디로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국가가 갚자는 것으로 매우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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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통과 직후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제안하겠다”며 “정부안과 야당안을 충분히 논의해 국민이 소상히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국의 장관이 국회 입법권을 이렇게까지 능멸해도 되는 거냐”고 반발했다.

이 밖에 한우 농가에 경영 개선 지원금을 지급하는 지속가능한 한우산업법 제정안, 농어업인 대표 조직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의료비 지원 기한을 5년 연장하는 세월호 피해지원법 개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다만 여당이 처리를 벼르던 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여야 이견이 크다는 이유로 김진표 국회의장이 상정하지 않았다.

거대 야당이 21대 국회 본회의 마지막 날까지 완력으로 민감한 법안을 처리하자 “협치가 실종된 22대 국회의 예고편”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의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사회적 논의도 성숙해 있지 않은 법안들이 일방 독주로 처리됐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5개 법안에 대해 29일 당 차원에서 거부권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유공자법 제정안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나머지 3개 법안에 대해서는 숙고하겠다는 뜻이지만, 여당이 거부권을 제안하면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법안들은 22대 국회로 넘어가지 않고 즉각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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