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동성애 혐오 표현 사과 "불쾌하게 하려는 의도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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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에서 인류애에 대한 세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에서 인류애에 대한 세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자를 일컫는 멸칭을 사용한 데 대해 사과했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청 대변인 마테오 브루니는 “교황은 동성애 혐오적인 용어로 불쾌감을 주거나 자신을 표현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용어 사용으로 인해 불쾌함을 느낀 분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브루니 대변인은 또 교황이 오랜 기간 가톨릭 교회에는 “모두를 위한 공간이 있다”고 강조해 온 점을 상기시켰다.

앞서 현지 언론은 지난 20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주교 200여명과의 비공개회의에서 ‘프로차지네’(frociaggine)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에서 이 단어는 남성 동성애를 비하하는 차별적 용어다.

교황의 이 발언은 동성애자가 사제가 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평소 입장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학교 지원자 지침을 개정하자는 제안에 대해 논의하던 중, 교황이 신학교가 이미 ‘프로차지네’로 가득 차 있다고 농담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전 세계 언론에서 화제가 됐고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가톨릭 신자들의 공분을 샀다. 특히 교황이 동성애자가 사제가 되는 것은 반대하지만, 2013년 즉위 이후 가톨릭 교회가 성소수자에게 좀 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기에 충격이 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만약 동성애자인 어떤 사람이 하나님을 찾고 선의를 가졌다면 내가 누구를 심판하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사제들이 동성 커플에게 축복을 베풀 수 있도록 허용했다.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은 교회의 정규 의식이나 미사 중에 집전해선 안 되고 혼인성사와는 다르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가톨릭 교회의 전통과는 다른 역사적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인인 점을 들어, 모국어가 스페인어인 그가 이탈리아어 혐오 표현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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