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최정혁의 마켓 나우

정보격차 축소로 도전받는 ‘투자의 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최정혁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최정혁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RT)의 설립자 제임스 사이먼스가 10일 생을 마감했다. 향년 86세. 사이먼스는 수학과 통계를 활용한 ‘퀀트 투자’의 잠재력을 천문학적 수익으로 입증해 ‘가장 위대한 투자자’로 불린 인물이다. RT의 대표 펀드 ‘메달리온’은 처음 설정된 1988년부터 2023년까지 막대한 보수(운용 5%, 성과 44%)를 제하고도 연 40% 수익률을 기록했다.

마켓 나우

마켓 나우

사이먼스의 성공은 ‘효율적 시장 가설’(EMH)을 반증한 결과였다. 그는 ‘모든 정보가 시장가격에 즉각 반영되므로 가격은 항상 옳다’는 EMH에 동의하지 않았다. 정보의 습득에는 차이가 있고, 정보의 가격 반영에는 감정이 개입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이먼스 신화의 출발점은 역사적 데이터에서 EMH에 반하는 이례적 현상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펀드 운용은 월가 출신 금융전문가가 아닌 과학자들과 그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에 맡겼다. 시장을 움직이는 변수와 그에 대한 가격 반응을 ‘공식화’하여 마치 수학 문제를 풀 듯이 운용했다. 그 결과 메달리온은 유독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팬데믹 장세에서 각각 98%, 82%, 76% 수익을 올렸고, 이는 펀드의 역대 실적 가운데 1, 2, 3위에 해당하는 결과였다. 탐욕과 공포로 급등락하는 시장에서 최고의 투자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퀀트 투자에서 사이먼스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경쟁력은 ‘거래비용’ 관리 능력이었다. 메달리온의 전체 거래 가운데 수익이 나는 거래의 비중은 50%를 조금 상회하는 정도라고 한다. 절반의 정답률로 많은 돈을 벌려면 대량의 거래를 원하는 가격에 체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거래비용이 증가하는 구조다. 사이먼스가 메달리온의 운용자산 규모를 100억 달러로 제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사이먼스와 함께 EMH의 대척점에 선 인물로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을 꼽을 수 있다.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하려는 가치투자는 EMH를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반면 인덱스 투자는 EMH를 추종하는 투자 기법이다. 누구도 정보의 우위를 누리지 못한다면 종목 선정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버핏이 경영하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가 수익률과 S&P500 지수의 수익률을 20년 주기로 매년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연율로 25%에 달하던 버핏의 우세가 꾸준히 하락해 2023년 기준으론 0.07%에 불과했다. 이는 정보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효율적 시장이 가설에서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추세라면 메달리온의 경쟁력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최정혁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