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연이 마운드에 오르면 잠실 분위기가 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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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SSG 랜더스와 맞붙은 지난 22일 서울 잠실구장. 1-1로 맞선 7회 초 1사 3루에서 홈팀 불펜 문이 열리고, 등 번호 63번을 단 투수가 달려 나왔다. 그 순간 1루 쪽 두산 관중석은 엄청난 환호로 뒤덮였다. 두산의 '특급 신인' 김택연(19)이 팀을 위기에서 구하러 마운드에 오르는 참이었다.

지난 22일 잠실 SSG전에서 역투하는 두산 김택연. 연합뉴스

지난 22일 잠실 SSG전에서 역투하는 두산 김택연. 연합뉴스

김택연은 두산이 올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한 오른손 투수다. 인천고 시절 청소년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한 '될성부른 떡잎'이었는데, 프로 첫 시즌부터 놀라운 속도로 1군에 안착하고 있다. 김택연을 향한 두산 팬들의 애정도 대단하다. 그가 등판할 때면 팬들의 함성은 유독 커지고, 홈 관중석은 기분 좋은 기대감으로 가득 찬다.

김택연도 그 '바이브'를 잘 알고 있다. 그는 "팬들이 크게 환호해주시는 걸 경기에 나갈 때마다 느끼고 있다. 그렇게 응원해 주시니까 나도 정말 힘이 많이 난다"며 "그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매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지난 22일 잠실 SSG전에서 위기를 막고 주먹을 불끈 쥐는 두산 김택연. 연합뉴스

지난 22일 잠실 SSG전에서 위기를 막고 주먹을 불끈 쥐는 두산 김택연. 연합뉴스

말만 앞서는 게 아니다. 김택연은 이날 등판하자마자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 타자인 SSG 최정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급한 불을 껐다. 풀카운트에서 던진 6구째 높은 직구(시속 151㎞)에 베테랑 최정의 배트가 헛돌았다. 이어 올 시즌 타율 1위에 올라 있는 SSG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 실점을 막았다. 이승엽 감독조차 "위기에서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모습이 대단하다"며 감탄했을 정도다.

김택연은 그 비결을 묻자 "최정 선배님이 대단한 분이라는 걸 누구나 알지만, 마운드에선 타자 이름을 보지 않고 내 공을 100% 던지는 데만 집중하면서 승부하기로 마음먹었다"며 "팀이 내게 위기 상황을 믿고 맡긴다는 건, 타자가 누구든 내가 던질 수 있는 가장 강한 공을 던지라는 의미일 거다. 그래서 직구 승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에 전체 2순위로 뽑힌 뒤 기념 유니폼을 입은 김택연. 뉴스1

지난해 9월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에 전체 2순위로 뽑힌 뒤 기념 유니폼을 입은 김택연. 뉴스1

김택연은 데뷔 전부터 '완성형 신인'으로 통했다. 지난 3월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에선 LA 다저스 강타선을 상대로 삼진 2개를 잡아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극찬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프로 데뷔전인 3월 23일 NC 다이노스전에선 1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첫 3경기에서 시행착오를 겪다 3월 30일부터 열흘간 2군에 다녀왔다.

김택연은 "서울시리즈 이후에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한 영향도 조금은 있는 것 같다. 2군에 가게 됐을 때 나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고, 나 자신과 팀의 기대에 못 미친 것 같아 힘들었다"며 "2군에서는 마음의 짐을 내려두고 '신인다운 패기를 보여주자'는 다짐을 하면서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지난 3월 메이저리그 월드 투어 서울시리즈에서 LA 다저스 강타자들을 삼진으로 잡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김택연. 뉴스1

지난 3월 메이저리그 월드 투어 서울시리즈에서 LA 다저스 강타자들을 삼진으로 잡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김택연. 뉴스1

김택연은 그 후 결국 반등에 성공했다. 22일까지 2승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90을 기록하면서 두산 불펜에 철벽같은 방패를 세웠다. 특히 5월 평균자책점 0.75로 강력한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등판한 11경기 중 10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유독 치열한 올해 신인왕 레이스에서 김택연이 선두 주자로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그래도 그는 "황준서(한화 이글스) 전미르(롯데 자이언츠) 등 입단 동기들이 다들 잘하고 있어서 신인왕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 욕심조차 2군에 갔을 때 다 버리고 왔다"고 손사래를 쳤다.

김택연은 그저 "1군에서 계속 공을 던지면서 시즌 초보다는 정말 많이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일단 다치지 않고 한 시즌을 잘 치르면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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