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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 정점이냐 미국 경제 추월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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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토드 리 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드 리 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중국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곧 추월한다고 예측했던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이제 추월이 한참 지연되거나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 부동산 부문의 어려움, 양국 간의 경제적 경쟁이 중국의 장기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1990~2019년 178개 국가단위 경제의 연 평균 성장률을 보면 약 60%가 최소 3% 이상 성장했다. 중간치는 3.6%였다. 그런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절반 이상 떨어졌다. 이런 급격한 성장 둔화는 중국 경제의 장기 성장 전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런 성장 둔화는 이례적인 현상일까, 더 급격한 장기 성장 하락의 예고탄일까.

마켓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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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성장률이 5%, 3% 등 몇 퍼센트에 안착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무게 중심이 달라질 것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 GDP를 언제 넘어설지를 가늠하는 성장 시나리오는 무엇을 말할까.

미국의 잠재 실질 GDP 성장률이 2.0%로 유지되고, 위안-달러 환율이 양국의 상대적인 인플레이션 차이를 상쇄한다는 가정하에, 중국이 현재 잠재 성장률 수준인 5%의 실질 GDP 성장률을 유지할 경우 2038년에 미국 GDP를 넘어선다. 4% 성장한다면 2046년, 3% 성장한다면 2068년이 추월 연도다. 즉, 성장률이 지금보다 2%포인트 떨어지면 세계 1위가 되는데 30년 더 걸린다는 말이다.

한국이나 폴란드 등의 성장 궤적을 살펴보면 중국 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5년을 제외하면 중국의 성장 과정은 한국과 유사했다. 중국이 연간 5% 성장을 유지할 수 있더라도, 향후 10년간의 발전 경로는 고성장 경제인 한국의 유사 발전 기간(1994년부터 2003년까지)보다 낮은 수준일 것이다. 중국의 잠재 성장률이 4%로 둔화될 경우, 중국의 성장 경로는 2010년대 초반 이후 중간 성장 경제인 폴란드가 겪은 성장 경로와 유사해질 것이다.

중국은 인구 고령화 같은 장기 경제성장 저해 요인에 직면해 있지만, 규모가 큰 농업 노동력을 포함해 여전히 활용도가 낮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강력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 경제가 강력한 성장을 이루는 핵심 동인 중 하나는 노동력을 저부가가치 농업 부문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서비스 부문으로 효과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농업 노동 인구 비율은 한국·폴란드·멕시코가 2023년 중국의 1인당 실질소득 수준에 도달했던 시점의 비중보다 훨씬 높다.

‘피크 차이나(Peak China)’, 즉 중국 경제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과장할 필요도 없다.

토드 리 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