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직구’에 헛스윙한 정부…진짜 문제는 유통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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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노트.

에디터 노트.

“직구 금지 웬 말이냐, 협의 소통 없는 졸속 시행령, 국제협약 무시한 쇄국정책”

직구 금지에 반발해서 한 누리꾼이 만들었다는 1인 시위용 피켓에 담긴 내용입니다. 지난 16일 정부는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린이용 장난감·의류 등 34개 품목,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 생활 화학제품 12개 품목은 앞으로 국가통합인증(KC) 마크가 없으면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해외 직구가 급증하면서 안전문제와 소비자 분쟁이 크게 느니까 이를 사전에 막아 보겠다는 취지입니다.

취지는 좋았습니다. 지난해 중국 해외 직구에 대한 소비자 불만 상담 건수는 143%나 급증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세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지 않아 금지 품목의 범위를 두고 혼란이 벌어진 데다 당장 6월부터 시행할 분위기여서 소비자의 불만은 커졌습니다. 특히 유아용품을 직구하는 맘카페 등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반발이 거세졌습니다. “옷은 뭐가 위험하다는 거냐” “해외에서 싸게 살 수 있는 제품을 몇 배 주고 사게 됐다” “소비자가 직구를 찾는 근본 원인인 유통구조는 바꾸지 않고 규제만 한다” 등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발표 사흘 만에 부랴부랴 말을 바꿨습니다. “80개 품목의 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요. 정부는 앞으로 위해성 발견 때 차단하는 조치 외에 추가로 직구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거센 반발에 화들짝 놀란 정부는 당분간 피해자가 나온 뒤에야 대응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해외 직구 문제점에 대한 뒷북 대응 논란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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