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마약방 조직원에 1~15년 실형, 예방교육 못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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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텔레그램에서 검색된 마약 판매방들. 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사진 텔레그램 캡처

17일 텔레그램에서 검색된 마약 판매방들. 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사진 텔레그램 캡처

2021년 검거 당시 국내 최대 규모였던 텔레그램 마약방 ‘오방’ 운영진 16명은 지난달 25일 항소심에서 징역 1~15년까지 대부분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총책 3명을 비롯해 판매책·배송책·자금세탁책·코인업자 등으로 치밀하게 역할을 분담한 ‘범죄집단’이란 점이 인정됐다.

오방 일당은 2020년 6월~2021년 3월까지 9개월 만에 회원 1100명을 모아 마약 1억4000만원어치를 팔았다. 하지만 이 중 법원으로부터 “재범 예방에 필요한 교육을 수강하라”는 명령을 받은 건 실제 투약 혐의가 있었던 총책 ‘땡구’, 딜러 ‘레전드’ 등 4명뿐이었다. 현행법상 마약 판매자는 교육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9년 개정된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법원은 2020년 12월부터 마약을 투약·흡연·섭취한 투약사범에게는 유죄 판결 시 200시간 내의 재범 예방 또는 재활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의무적으로 선고하고 있다. 이수명령을 받은 투약사범은 교도소나 구치소, 보호관찰소 또는 위탁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에서 재범 예방 교육을 받게 된다.

마약 ‘판매범’ 빼고 ‘투약범’만 의무 교육

그러나 수사·교정 현장에서는 ‘반쪽짜리 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죄질이 더 나쁜 판매사범에 대한 재발 방지책은 처벌을 제외하곤 전무해서다. 마약 수사에 정통한 검찰 간부는 “실무적으로 보기엔 입법 불비(不備)”라며 “현행 교육조차 중독 재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판매사범에 특화된 이수명령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소속 교도관은 “경험상 판매사범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투약이 적발되지 않았을뿐 마약을 해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런데도 교육 대상에선 빠지는 데다, 향방(마약사범만 모인 감방의 은어)에서 범죄 수법을 진화시켜 나가는 건 투약사범보다 판매사범 쪽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별다른 방지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마약범죄 33%는 판매인데…재범 사각지대

그사이 마약 공급사범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0년 4793명이었던 마약 밀조·밀수·밀매범은 지난해 9145명으로 2배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 중 공급사범 비중도 26.6%에서 33.1%로 6.5%p 느는 등 30%대에 진입했다. 올해 1~3월 단속된 공급사범은 전년 동기(1184명) 대비 60.4% 증가한 1899명이었다.

예산 확보도 쉽지 않다. 마퇴본부는 투약사범 이수명령 의무화 법 개정 당시 2021년도 교육 예산으로 17억7300만원을 요청했지만 실제 편성된 금액은 사업비와 인건비를 포함해 6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교육 이수자가 290명(2021년)→876명(2022년)→1454명(2023년)으로 매년 증가세인 것에 비해 예산은 오히려 지난해부터 5억원대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처음 하는 사업이라 초기 수요를 정확히 예상하기 어려웠다”며 “불용액을 제하고 지금 수준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마퇴본부 관계자는 “판매사범은 형량이 더 높다는 이유로 의무 교육 대상에서 빠지는 것 같다”며 “공급 억제 면에서 본다면 재범 방지 교육을 할 필요성이 충분한데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범죄는 판매사범을 중심으로 마약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는 일종의 병리학적 특성을 갖고 있다”며 “방역 체계를 본뜬 예방·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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