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처럼 '오랑우탄 외교' 왜…말레이는 이 말 듣기 싫었다 [세계 한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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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가 최근 ‘오랑우탄 외교’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자국의 주력 수출 상품인 팜유를 수입하는 나라에 친선 외교의 수단으로 자국의 멸종 위기종인 오랑우탄을 선물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각지에 판다를 보내는 중국의 ‘판다 외교’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희귀동물 보호와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판다처럼 오랑우탄 외교" 

로이터통신·BBC방송 등에 따르면 조하리 압둘 가니 말레이시아 플랜테이션·원자재부 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자국 파항에서 열린 팜유녹색보존재단(MPOGCF) 생물 다양성 포럼에서 "무역 파트너이자 외교 관계에 있는 유럽연합(EU), 인도, 중국 등 주요 팜유 수입국에 오랑우탄을 선물하겠다"고 밝혔다.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지난 3월 3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일반 공개 마지막 날 대나무를 먹고 있다. 푸바오는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보낸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 20일 태어났다. 만 4세가 되기 전인 지난달 4일 멸종위기종 보전 협약에 따라 중국으로 돌아갔다. 연합뉴스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지난 3월 3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일반 공개 마지막 날 대나무를 먹고 있다. 푸바오는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보낸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 20일 태어났다. 만 4세가 되기 전인 지난달 4일 멸종위기종 보전 협약에 따라 중국으로 돌아갔다. 연합뉴스

그는 "판다 외교로 성공한 중국처럼 오랑우탄 외교를 펼쳐 말레이시아가 산림, 환경, 생물 다양성 등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오랑우탄 외교를 언제부터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는 오랑우탄을 활용해 자국에 대한 호감을 갖게 해서 팜유 생산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야자나무 일종인 팜나무 열매에서 추출하는 팜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식물성 기름이다.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빵 등 식품은 물론 비누, 샴푸, 립스틱 등 화장품과 바이오디젤 등 다양한 상품에 쓰인다. 이에 전 세계 팜유의 85%를 생산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선 열대우림을 개간해 팜 농장을 늘리고 있다.

오랑우탄들이 지난 2016년 4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오랑우탄 생존 재단 센터에서 야생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있다. 중앙포토

오랑우탄들이 지난 2016년 4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오랑우탄 생존 재단 센터에서 야생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있다. 중앙포토

그 과정에서 열대우림을 마구잡이로 벌목하고 태우면서 오랑우탄과 같은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오랑우탄은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나이 세 나라 영토인 보르네오·수마트라 섬에만 서식한다.

그런데 지난 1973년 28만8000마리에서 2012년 10만4000마리로 급감했다. 팜유 농장 확대로 인한 삼림 벌채가 계속된다면 내년에는 오랑우탄이 4만7000마리로 줄어들 것으로 WWF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EU는 지난해 삼림 훼손과 관련된 팜유, 커피, 코코아, 고무, 목재 등에 대한 수입과 유통을 금지했다. 말레이시아는 EU의 수입 규제가 차별적인 조치라고 반발하면서, 팜 농장을 운영하면서도 오랑우탄 등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오랑우탄 외교를 제안했다는 게 조하리 장관의 설명이다. 건강한 오랑우탄을 보내 멸종위기종 보존에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희귀동물, 귀엽지만 보호해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022년 10월 22일 호주 퍼스 킹스파크에 방문해서 코알라를 안고 있다. AFP=연합뉴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022년 10월 22일 호주 퍼스 킹스파크에 방문해서 코알라를 안고 있다. AFP=연합뉴스

역사적으로 동물은 외국의 통치자와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해 보내는 선물을 활용됐다. 기원전 46년 이집트를 통치하던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의 실력자 율리우스 카이사르에게 기린을 선물했다. 8세기 무렵 중국 당나라의 측천무후는 일본 왕에게 판다를 줬다.

텔레그래프는 이국적인 동물은 국민에게 경외심을 주고 싶어하는 전제 군주들에게 큰 혜택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영국 엑서터대의 제러미 블랙 역사학과 교수는 "희귀 동물은 존경과 권력을 표현하는 이색적인 선물"이라면서 "이런 동물 선물은 선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국가 간 친선의 상징으로 동물을 보내는 '동물 외교'로 발전했다. 일반적으로 많이 키우는 개·고양이·말 보다는 판다·코알라·코끼리·기린 등 그 나라에 서식하거나 상징하는 희귀 동물을 보내는 추세다. 상대국의 관심을 한층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판다를 이용하는 것과 유사하게 호주는 코알라, 태국·인도·스리랑카는 코끼리, 인도네시아는 코모도왕도마뱀, 이집트는 기린 등을 동물 외교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1983년 워싱턴 조약 발효 이후 희귀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판다, 코알라 등은 상대국에 대여료를 받고 장기 임대하는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59년 호치민 베트남 주석이 김일성 북한 주석에게 선물한 아시아 코끼리 후손은 평양 조선중앙동물원에서 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59년 호치민 베트남 주석이 김일성 북한 주석에게 선물한 아시아 코끼리 후손은 평양 조선중앙동물원에서 살고 있다. 연합뉴스

동물 외교는 귀엽거나 특이한 이미지의 동물로 역사·문화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해 '소프트 파워'를 키우는 데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예상 못한 부작용도 생긴다. 희귀동물을 키우는 게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들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앞서 지난해 태국은 20여년 전 스리랑카에 기증한 코끼리가 관리 소홀 등으로 학대 논란이 일자 다시 데려왔다.

또 동물권 차원의 문제 제기가 이어진다. 선물한 동물이 원래 서식지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병에 걸리기도 한다. WWF는 "야생동물을 다른 나라로 보낼 것이 아니라 원래 서식지에 보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영리연구기관 말레이시아 야생동물을 위한 정의도 정부의 오랑우탄 외교 구상에 대해 "다른 외교적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튜어트 핌 생태학자는 CNN에 "다른 나라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오랑우탄을 선물로 주는 것은 혐오스럽고 위선적"이라면서 "오랑우탄을 보호해야 하는 방법에 완전히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동물법 전문가인 피터 리 휴스턴 다운타운대 정치학과 교수는 MSNBC에 "판다 등 희귀동물이 아무리 귀여워도 더는 국가 도구로 이용돼선 안 된다"며 "판다 등 희귀동물의 서식지 복원과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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