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힙한 빵집 '내돈내산' 후기 뒷광고 의혹…공정위 파헤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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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뒷광고’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셔터스톡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뒷광고’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셔터스톡

A빵집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힙’한 빵집으로 유명하다. 손님이 줄을 설 정도로 몰려들자 서울·경기·제주 등으로 점포를 늘렸다. A빵집 운영사의 매출은 지난해 300억원대로 1년새 4배로 급성장했다.

그런데 17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A빵집과 관련한 ‘뒷광고’ 의혹이 불거져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뒷광고란 인플루언서가 광고주 측(광고대행사 포함)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광고주의 상품·서비스 관련 콘텐트를 올리면서 마치 순수하게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 후기를 남기는 것처럼 꾸미는 행위다.

앞서 공정위는 업계 전반에 퍼진 뒷광고 문제를 두고 조사 대신 광고주 측이나 인플루언서들을 계도하는 정도에 그쳤다.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뒷광고로 의심되는 게시물 2만5966건을 적발하고 2만9792건을 자진시정하도록 했다. 자진시정 건수가 더 많은 건 인플루언서 등이 자발적으로 적발되지 않은 게시물까지 수정했기 때문이다.

계도 활동에도 불구하고 뒷광고 논란이 끊이지 않자 공정위가 최근 A빵집을 중심으로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일단 A빵집 운영사를 대신해 광고대행 업무를 한 B사가 주요 조사 대상이다. B사가 인플루언서로 하여금 뒷광고를 하게 한 것으로 명확히 확인되면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다는 게 공정위의 방침이다. B사의 대주주는 A빵집 운영사의 주요주주 중 한 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표시광고법 3조를 보면 “사업자 등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 등으로 하여금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다.

A빵집 운영사는 중앙일보에 “뒷광고를 한 적도, 뒷광고를 하게 한 적도 없다”며 “우리 회사와 B사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B사도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공정위는 B사가 A빵집 운영사뿐만 아니라 수십 개 이상의 광고주를 모아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뒷광고를 해왔다는 의혹을 잡고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다른 유명 빵집과 카페, 닭 요리 전문점 등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또 B사 외에도 관련 의혹이 불거진 다른 광고대행사들에 대해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뒷광고 최다 플랫폼 인스타…‘광고’ 표시 작거나 흐릿하게도

공정위의 의뢰를 받은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지난 2월 발표한 ‘2023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부당광고 점검결과’ 자료에 따르면 뒷광고는 SNS 중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로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등 순이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뒷광고 수법은 점차 지능화하고 있다. ‘경제적 이해관계’ 표시를 아예 안 하는 게 고전적인 수법이라면, 최근 표시는 하되 소비자가 인식하기 어렵도록 작은 크기로 하거나 배경 색과 비슷한 색으로 하는 사례가 많다. 처음엔 경제적 이해관계 표시가 보이지 않다가 ‘더 보기’ 버튼을 클릭해야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뒷광고가 많은 상품·서비스는 간편복, 음식서비스,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이었다.

공정위는 뒷광고를 막기 위해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지금은 블로그 ‘본문 상단이나 하단’에 경제적 이해관계 표시를 하게 돼 있는데, ‘제목이나 본문 상단’에 표시하도록 바꾸겠다는 이야기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뒷광고는 광고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문제가 심각하다”며 “정부 단속과 더불어 플랫폼사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뒷광고를 차단하는 등 근절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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