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명 ‘무한’…삼성, 보고 듣고 말하는 XR기기 내놓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구글 등 빅테크 협업 속도

구글이 14일(현지시간) 연례 개발자 회의 I/O 2024에서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에서 작동하는 온디바이스 AI(인공지능) 모델을 공개하며 AI 기기 전쟁이 더 치열해지게 됐다. 스마트폰·XR(확장현실) 등에서 구글과 협력 중인 삼성전자는 물론,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구글이 이날 공개한 온디바이스 경량화 AI 모델 ‘제미나이 나노’에는 텍스트를 넘어 영상·사진·음성 등을 모두 처리해 콘텐트를 생성할 수 있는 멀티모달 기능이 더해졌다. 구글은 이날 “AI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탑재함으로써 스마트폰의 사용 방식을 새롭게 정의했다”고 설명했다. 제미나이의 향상된 AI 기능은 하반기 안드로이드 OS를 통해 구글 픽셀폰과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등에서 구현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역시 진화한 제미나이 나노를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25 시리즈에 탑재하기 위해 구글과 협의 중이다. 관건은 삼성이 자체 제작 중인 차세대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 2500’과 제미나이 나노의 궁합이다. 삼성은 AI 모델 최적화를 위해 칩 설계 단계에서부터 관련 개발 인력을 2배 늘릴 방침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구글의 XR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구글은 이날 사람처럼 보고 듣고 대화할 수 있는 AI 비서 ‘프로젝트 아스트라’를 공개하면서 웨어러블 기기 구글 글라스를 오랜만에 다시 꺼냈다. 2011년 선보였던 증강현실(AR) 기기인 구글 글라스는 한때 스마트폰에 필적하는 혁신 기기로 주목받았지만 비싼 가격과 호환성 문제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HBM 시장 규모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욜 그룹]

HBM 시장 규모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욜 그룹]

하지만 최근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구글 글라스는 AI 비서와 함께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사물을 분석하고 음성 명령에 응답하는 등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블룸버그는 “구글 글라스가 AI 덕분에 부활할 준비를 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이르면 연내 선보일 구글·삼성·퀄컴 연합의 첫 XR 기기에 구글의 AI 비서 기능이 장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내부 프로젝트 코드명 ‘무한’으로 불리는 XR 기기를 올해 연말부터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가 기기를 제조하고, 퀄컴이 반도체 설계를 맡고, 구글이 OS와 소프트웨어·서비스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최근 AI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안드로이드 진영 내에 구글의 영향력이 부쩍 커지게 된 점은 변수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래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AI 분야를 사실상 구글이 독점하게 된 만큼 구글의 입김이 갈수록 세질 것”이라 말했다.

구글은 AI 모델을 구동할 반도체로 6세대 텐서처리장치(TPU) ‘트릴리움’도 이날 함께 공개했다. 구글은 번역·사진·검색 등 자사 서비스에 맞는 AI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딥러닝에 특화한 칩 TPU를 자체 설계해 쓰고 있다. 품귀현상을 빚는 고가의 엔비디아 GPU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구글은 6세대 TPU부터 함께 쓸 HBM의 용량과 대역폭을 전작 대비 두 배로 늘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릴리움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생산하고 있는 4세대 HBM3와 5세대 HBM3E이 본격적으로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체 HBM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김정호 KAIST 교수는 “AI 전쟁에 불이 붙으면서 AI 칩의 필수재인 HBM 수요도 덩달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