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시간 됐어요” “냉장고 채워줘요”…AI가전 덕에 효자노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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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직원이 14일 패밀리 케어를 시연하고 있다. 혼자 사는 부모님이 약 복용할 시간이 되면 조명과 알람으로 알려준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직원이 14일 패밀리 케어를 시연하고 있다. 혼자 사는 부모님이 약 복용할 시간이 되면 조명과 알람으로 알려준다. [사진 삼성전자]

“아버지가 오늘 아침 당뇨약을 복용하지 않았습니다. 오전 4시간 동안 움직임이 없고 전화도 안 받으십니다. 현 위치는 ‘집’이라고 뜨는 데 무슨 일이 생긴 건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14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 위치한 CX·MDE(고객 중심 멀티 디바이스 경험) 센터. 가정집처럼 꾸민 실험실에서 시연자가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을 원격으로 작동시켰다. 청소기가 집 안 구석구석을 훑고 다니는 동안 스마트폰엔 청소기에 내장된 카메라가 촬영한 실내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직원은 “아직은 카메라를 통해 집안 내부를 모니터링하는 정도지만 올 10월쯤에는 사람이 쓰러져 있는 상황을 인지하는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인공지능(AI) 라이프 솔루션 ‘패밀리 케어’를 공개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고 가족의 보살핌이 필요한 고령자를 위해 개발됐다. 삼성 가전을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스마트싱스’에 다음 달 탑재될 예정이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앞으로 다양한 AI 제품과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AI 리더십을 더 확고히 할 것”이라며 “시니어를 돕는 패밀리 케어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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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기존에도 스마트싱스를 통해 가전 간 연결성을 강조해왔다. 패밀리 케어는 연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특정 사용자의 상황을 고려해 가전을 맞춤 세팅하고 손쉽게 제어·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의 AI 기술을 적용한 효과다. 부모님의 TV·냉장고·정수기·인덕션·스마트폰 사용 여부를 가족들이 스마트싱스로 확인하고, 함께 거주하지 않는 자녀도 원격으로 상황을 확인하고 가전을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뇨·혈압약 복용 시간을 설정해두면 시간에 맞춰 조명이 바뀌고 스피커에서 음성 알림이 나온다. 동시에 정수기는 알맞은 온도의 물을 미리 준비된 컵에 따라 놓는다. 약 보관 서랍에 부착된 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복용 여부를 확인한다. 냉장고 내부 카메라로 원격으로 식재료가 부족한지, 소비기한이 지났는지를 확인한 후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할 수도 있다. 인덕션을 켜둔 채 부모님이 외출하면 자녀 스마트폰에 알림을 보내 원격으로 인덕션 전원을 끌 수 있다. 제어 기능의 거리 제한은 없어 해외에 출장 간 자녀도 스마트폰으로 부모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 가전만 연결되는 건 아니다.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에 속한 글로벌 15개 가전업체 제품이면 모두 스마트싱스에 연결할 수 있다. LG전자 제품도 연결 가능하다.

이날 처음 공개한 CXI랩은 1700평 규모로,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스마트 기기를 경험하게 될 실제 환경과 유사하게 꾸민 공간에서 총 3000여개 제품을 테스트하며 연구하고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세계 가전 시장은 6700억 달러(약 920조원) 규모이며 내년에는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AI 가전 시장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10.7%씩 성장한다. 삼성전자 등 가전업계는 침체된 가전 시장에 AI를 접목해 타개하려는 중이다.

LG전자 역시 AI가전에 주력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에 깔린 7억대의 제품과 7000억 시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가속해 ‘공감 지능’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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