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360원대' 뚜렷…美·엔화 변수에도 원화값 강세 무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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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달러당 원화값이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14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달러당 원화값이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중동 정세 안정과 국내 경제 호조 등이 나타나면서 이달 들어 원화값은 '1달러=1360원대'에 자리 잡은 양상이다. 달러당 원화 가치가 미국 경기 지표·일본 엔화값 같은 대외 변수에도 상반기 내 1350원 선을 넘어 추가 상승(환율은 하락)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일 대비 0.9원 내린 달러당 1369.1원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선 3일 1362.8원을 찍은 이후 9일(1370.1원)을 빼고는 꾸준히 1360원대를 지켰다. 이스라엘·이란 충돌과 '강(强)달러' 심화 등이 겹치면서 장중 한때 1400원까지 찍었던 지난달 환율과 비교하면 안정적이다.

여기엔 국내외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국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동 정세는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이 깨지긴 했지만 별다른 악재는 없는 상태다. 국제유가도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14일(현지시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82.38달러로 3월 12일(81.92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78.02달러를 기록한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가격도 2개월 내 최저치다.

미국은 이달 들어 고용시장 둔화 등 기준금리 인하에 가까운 신호가 나왔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14일(현지시간) 105.01로 지난달 말보다 내려가는 등 강달러 완화가 뚜렷하다. 한국 경제도 올 1분기 성장률이 1.3%(전 분기 대비)로 '깜짝' 수치를 찍고, 수출이 7개월 연속 증가하고 경상수지도 11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등 훈풍을 탔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이 때문에 원화 가치가 잠시 출렁일 수 있어도 점차 오르는 쪽으로 향할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를 탄 수출 등 국내 지표가 좋은 데다 원화값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 위안화 약세도 진정되는 상황"이라면서 "상반기 중에 달러당 1350원 아래로 원화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도 "중동 분쟁이 대규모로 확산하지 않으면 6월 말까진 원화값이 1340~1350원까지 서서히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피벗'(통화정책 전환) 지연 불씨가 여전한 데다 '원·엔'의 환율 동조화가 뚜렷해진 건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 고위 인사들은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와 매(긴축 선호)를 오가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물가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경기 지표가 시장 예측보다 튀면 금리 인하 연기에 한층 무게가 실리는 만큼 국내 외환시장 충격파도 불가피하다.

여전한 엔저(円低)도 '이웃' 한국을 긴장하게 한다. 달러당 엔화값은 지난달 29일 장중 '1달러=160엔' 벽을 34년 만에 깼다. 14일 기준 156엔대로 다소 회복했지만, 엔화가 출렁일 때마다 원화도 약세를 보일 거란 우려는 여전하다.

강봉주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엔화는 당분간 여러 변수가 혼재돼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양준석 교수는 "엔화값이 쇼크 수준으로 떨어지거나 시장의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 줄어들면 단기적으로 달러당 원화 가치가 138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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