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입주 지연' 피해 속출에…공공 사전청약 34개월만에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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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당시 1차 사전청약에 포함된 인천계양지구의 모습. 뉴스1

2021년 7월 당시 1차 사전청약에 포함된 인천계양지구의 모습. 뉴스1

정부가 ‘무용론’ 논란이 일고 있는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에 대해 신규 시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택지 보상 문제,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본청약이 지연되면서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한 지 2년 10개월 만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4일 공공분양주택에 대한 사전청약을 더 이상 시행하지 않고, 향후 신규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은 사전청약 없이 바로 본청약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전청약은 쉽게 말해 통상 주택 착공 이후 시행하는 본청약을 1~2년 정도 앞당겨 받는 것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에 처음 적용(당시 사전예약제)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폐기됐다. 입주가 3∼4년씩 늦어지면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입주까지 11년이 걸린 곳도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급등하자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매수세를 묶고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2021년 7월 다시 부활시켰다. 현 정부 들어서도 ‘뉴:홈’이란 이름으로 총 4차례에 걸쳐 1만여 가구(LH 공공분양 기준)가 공급됐다.

문제는 제도 도입 초기인 2021년 7월~2022년 7월 사전청약을 시행한 단지들조차도 본청약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본청약 지연 이유는 다양하다. 택지 보상 문제가 불거져 이주·착공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가장 많고, 최근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로 인한 자금 경색으로 시행사·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지 조성작업 중 문화재가 발굴되거나 법정보호종이 발견되는 때도 사업이 일시 중단된다”며 “사전청약 자체가 가진 한계점이 노출돼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 계속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경기 군포시 대야미공공주택지구에 들어서는 신혼부부특화형 공공주택 ‘신혼희망타운’의 본청약은 당초 지난달 실시돼야 했지만 2027년 상반기 중으로 3년이나 미뤄졌다. LH에 따르면 아파트 주변의 고압 송전선로 이설 계획을 한국전력이 변경해달라고 요청하면서다.

화성동탄2 C-27지구는 시행사가 PF 시장 경색으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자 2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고 토지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사전청약이 도입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공공에서 진행한 사전청약 물량은 99개 단지 5만2000가구 규모다.
이 중 13개 단지 6915가구만 본청약이 완료됐다. 13개 단지 중에서도 사전청약 때 예고한 본청약 시기를 지킨 곳은 양주회천 A24 단지(825가구) 단 한 곳에 불과하다. 또 본청약이 미뤄지면서 공사비가 올라 분양가가 오르는 것도 사전청약 당첨자가 안게 되는 피해 중 하나다. 이런 과정에서 당첨자들이 이탈하면서 본청약 계약률은 54%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86개 단지 4만5000가구의 본청약 시기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오는 9~10월 본청약이 예정된 3기 신도시 단지 중 7개 단지(약 4000여 가구)도 사업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들 단지의 본청약이 대거 밀릴 것으로 예상되자 사전청약 제도를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신규 공급하는 공공분양주택은 사전청약 없이 바로 본청약을 시행하고,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해서는 주거 계획이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본청약이 6개월 이상 장기 지연될 경우, LH는 본청약 계약체결 시 계약금을 10%에서 5%로 하향 조정하고 중도금 납부 횟수도 축소할 방침이다. 또 지연 사업 단지가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LH는 그간 본청약 1~2개월 전에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지연 여부를 안내했으나, 앞으로는 지연 발생 시 예상 지연 기간 및 사유 등을 투명하고 빠르게 안내해 사전청약 당첨자가 이를 고려해 주거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전청약의 문제와 한계는 도입 초기부터 지적됐는데, 현실적인 대안 없이 정책을 갑자기 바꾸는 바람에 시장에 혼란만 가중됐다”며 “앞으로는 이런 시행착오는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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