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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정권교체촉진세’ 힘 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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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경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서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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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했던 게 있었다. 과도한 부동산 세금의 폐해를 지적한 대통령의 발언은 틀린 데가 없다. 재건축 규제를 풀어 주택 공급이 충분히 이뤄져야 하고, 징벌적 과세를 완화해 시장이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30억원짜리 주택을 예로 든 부분이 걸린다. 아마 대통령의 사가(私家)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전용면적 164㎡, 62평)를 떠올린 것 같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9억5000만원이다. 대통령의 30억원 언급에 위화감을 느끼는 국민이 많았을 것이다.

1주택자 종부세 혼선 벌어졌으나
22대 국회에서 완화책 논의될 듯
서둘지 말고 전체 세제 고민해야

더불어민주당에서 종합부동산세를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졌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적용 제외를 언급해 파문이 일자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박 원내대표의) 개인 의견”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꺼진 불은 아니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문제”라고 어제 방송에서 말했다. 22대 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종부세 완화론은 그냥 나온 게 아닌 것 같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올해 초 발간한 『이기는 정치학』에는 종부세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담겨 있다. 그는 종부세를 ‘정권교체촉진세’라고 불렀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종부세는 민감한 이슈였다. 당시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시가격을 현실화해 사실상의 증세 효과를 거뒀고, 집값이 오르면서 부동산 세금이 폭등했다. 2005년 7만 명이던 종부세 납부자가 2007년 48만 명으로 급증했다. 결정세액도 같은 기간 6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뛰었다. 노무현 정부와 민주당 계열 정당은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잇따라 참패했다.

노무현 정부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무지하게 애쓰던 문재인 정부도 주택정책 실패로 정권을 잃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33만 명이던 주택분 종부세 대상이 2021년엔 95만 명까지 늘어났다. 세금은 3878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종부세는 ‘정권교체촉진세’였다.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전 세계 그 어떤 나라에서 불과 4년 만에 세금을 14.7배 올리는 사례가 있을까. 서울 지역 아파트의 24.5%가 종부세 대상자가 됐다. 너무 많은 세금을, 너무 빨리, 너무 부당하게,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걷었다.”(『이기는 정치학』)

최병천은 “민주당은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와 통합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지금 민주당에서 나오는 1주택자 종부세 완화보다 한참 더 나간다. 학계에선 종부세 폐지와 재산세로의 통합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종부세 수술은 시간을 갖고 전체 세제 개편의 틀 안에서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다. 급할 건 없다. 윤석열 정부 들어 1주택자 기본공제액을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고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2020년 수준으로 돌려놓았다. 1주택자 적용 제외가 강남 등 ‘똘똘한 한 채’의 수요만 늘리고 저가 다주택 소유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일리 있다.

지난해 공시지가 하락과 세율 인하로 종부세 세수가 2조원 넘게 줄었지만 그래도 4조6000억원을 거뒀다. 올해 예산에도 4조1098억원이 잡혀 있다. 재정 걱정이 많다. 세제 합리화를 위해 감세한 부분만큼 새로운 세원 발굴 등으로 증세해 균형을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종부세 혼선으로 야당도 느낀 바가 클 것이다. 세제 당국이나 여당에서 이런 소동이 벌어졌다면 자리보전 못 할 이들이 나왔을 것이다. 부동산은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를 잃은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다. 수권 정당을 꿈꾸는 거대 야당이라면 부동산 발언을 더 책임 있고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