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홍성남의 속풀이처방

사이비 공동체의 사이비 영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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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사이비 공동체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규칙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 허락을 받아야 해서, 암으로 죽은 자매의 경우 병원 치료를 허락받기 위해 3381통의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매사에 순종을 요구하며,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늘 자신을 통제할 것을 강조하면서, 겸손하게 감사하며 살 것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기도, 노동, 공부 세 가지 외에는 허락된 것이 없었고 외출도 자유롭지 않았으며 심지어 옷도 똑같이 입혔다고 한다. 얼핏 봉쇄수도원을 연상케 하지만 실제로는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폴포트가 이끄는 공산 치하의 삶과 같다. 종교적 공동체가 아니라 감옥형 공동체였던 것이다.

지도자 언행이 모든 것을 결정
신도들은 문제 자각 능력 잃어
교주의 학대를 사랑으로 착각
이런 암덩어리 자꾸 커져 걱정

신도 스스로 ‘개념 장벽’에 사로잡혀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그렇다면 이런 삶의 부작용은 무엇인가. 이런 사이비 공동체에서는 지도자의 언행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 그래서 생기는 것이 개념적 장벽(conceptual block)이다. 이것은 신도들이 문제를 지각하지 못하게 하고 해결 방법을 정확히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정신적 장벽을 말한다.

개념적 장벽은 교주들이 신도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제약을 가할 때 생기는 것인데, 개념적 장벽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삶의 원칙으로 삼는 좌우명이 삶을 옭아매고 행동을 제약하는 도그마가 된다. 이로 인해 권위적인 말이나 생각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생겨서 교주의 언행에 자신의 모든 것을 끼워 맞추려 한다.

감옥보다 더 심한 정신적 감옥 안에서 노예적인 삶을 살게 되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가스라이팅이 쉽게 이루어진다. 그래서 교주로부터 학대를 당해도 교주가 자신을 사랑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더더욱 의존적으로 되며 심지어 쫓겨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지성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반문할지 모르겠다. 집단은 개인에 비해 오히려 독단적이기 쉽다. 비합리적인 행동을 집단화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행동을 도덕적인 것으로 여기며, 외부인에 대해서는 틀에 박힌 견해를 쉽게 형성한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 집단을 이끌면 사람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자기 검열을 조장하며 만장일치의 환상을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한 개인이 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폐쇄적 환경 속 잔인해지는 심성

독일의 히틀러가 그 단적인 예다. 히틀러를 비롯한 정치 종교 독재자들은 대부분 사이비 조직의 형태를 모방하였다. 이렇게 차단된 조직 안에서는 충성 경쟁이 가속화된다. 교주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무엇인가를 바치려고 하고, 자기를 학대하면서 교주의 사랑을 얻고자 하는 조현병적인 상태에 빠져들어 간다.

또한 폐쇄적이고 규율이 엄한 환경일수록 사람들은 잔인해진다. 인간 사냥꾼들과 학살자들이 누가 사람을 더 많이 죽였는지 내기하는가 하면 시신을 갖고 노는 등 비인간적인 짓을 하는 것은 그들이 닫힌 조직 안에서 훈련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이비공동체 안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생긴다. 서로 간에 사랑은 없고 상대방의 잘못만을 비판하는 냉혹한 조직이 되어가는 것이다.

사이비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면서 살아간다. 자신을 매일 성찰하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종교적 규율은 사람들을 높은 경지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 강박증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마치 검찰이 피의자를 먼지떨이 하듯이 자기가 자기를 먼지떨이 하는 것이다.

이들은 내면의 잔소리가 심하다. 스스로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이다.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반복되는 의심, 무자비하고 끔찍한 생각 등이 끊임없이 지속되어 사람을 노예처럼 만든다. 강박신경증은 사람의 행복을 말살하는 최악의 상태이다. 인간의 감성, 신체,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쳐서 외부 활동을 감소시키고 고립시켜 은둔 생활을 하게 한다. 사이비 공동체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일상으로 쉽게 복귀하지 못 하는 이유이다.

중독성 강한 ‘도덕적 자학’

사이비 공동체 사람들의 또 다른 이름은 도덕적 자학자(moral masochist)이다. 이들은 자학을 하나의 방어기제로 사용하며, 공격자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즉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을 흉내 내 스스로 피해를 주고 학대하면서 살아남는 방식을 선택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벌을 받음으로써 자유로워지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들을 처벌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라고도 한다.

자학은 중독성이 강하다. 사람이 어떤 것에 중독되는 것은 그것이 재미와 쾌감을 주기 때문인데, 자학 역시 쾌감을 주기에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이런 사이비 조직들은 우리 몸의 암 덩어리와 같다. 품어주고 이해할 대상이 아니라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나날이 이런 사이비 종교가 커지고 있다. 누가 키우는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