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 한국에만 합성니코틴 담배 출시…허술한 법 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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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글로벌 담배 회사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가 한국에서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출시한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뱃잎을 원료로 한 제품만 규제 대상이라, 화학물질로 만든 합성니코틴 제품은 경고 문구를 붙이지 않아도 되고, 청소년에게 판매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이 한국의 ‘규제 공백’을 노렸다는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BAT그룹 한국 계열사인 BAT로스만스는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의 국내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BAT로스만스는 그동안 담뱃잎을 사용한 천연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만 출시해왔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출시 일정이나 제품 세부 내용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BAT에 따르면, 회사가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출시를 검토하는 국가는 175개 진출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회사 관계자는 “합성니코틴 담배를 규제하는 법이 없다 보니, 한국에선 무책임한 마케팅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안전한 고품질 합성니코틴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직접 출시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뱃잎을 원료로 한 제품만 담배로 규정한다. 화학물질을 혼합해 만든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사업법 규제를 받지 않아 세금이나 부담금 대상이 아니며, 온라인 판매와 판촉도 가능하다. 또한 경고 문구와 그림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청소년에게 팔아도 처벌 규정이 없다.

BAT의 계획에 대해 담배업계에서는 “기존에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주로 중소업체들이 다뤘지 대형 업체가 이 시장에 뛰어든 경우는 없었다”며 “대형 담배 회사가 이를 출시할 경우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BAT 관계자는 이같은 시각에 대해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기존 천연니코틴 제품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할 것”이라며 “세금이나 부담금에 대한 절약분을 소비자 혜택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담배 규제 정책을 자발적으로 준수하고, 청소년을 현혹하는 디자인 요소를 지양해 책임 있게 판매하겠다”고 덧붙였다.

BAT는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일반 담배와 동일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미국·캐나다·영국·아일랜드·호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합성니코틴·천연니코틴 제품에 같은 규제를 적용한다. 2020년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합성니코틴 담배도 담배로 간주한다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 계류 중이다. 업계는 이달 29일 21대 국회 임기 종료 시점에 해당 안건이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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