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 한국인도 불시에 휴대전화 검문 당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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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오는 7월부터 중국 안보기관이 내·외국인 구분 없이 휴대전화·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불심검문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 규정이 발표됐다. 상하이·선전 등 일부 출입국 사무소에서는 이미 불심검문이 시행되고 있다는 목격담이 나와 중국 여행자나 체류 외국인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8일 보도했다.

중국의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는 SNS 계정을 통해 천이신(陳一新) 국가안전부장(장관)이 ‘국가안보기관의 행정 집행 절차 규정’과 ‘형사사건 처리 규정’에 서명했으며,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해당 규정 40조는 ‘국가안보기관이 법에 따라 관련 개인 및 조직의 전자장비·설비 및 관련 절차 및 도구를 검사할 때에는 해당 시(市)급 이상 책임자의 승인을 받아 검사통지서를 발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긴급 상황에서 즉각적인 조사가 필요할 경우에는 법집행관이 경찰증 혹은 형사증을 제시한 뒤 현장 조사할 수 있다’고 했다. 긴급 상황 규정이 불분명해 사실상 안보기관 판단에 따라 일반인의 휴대전화·노트북에 저장된 메신저 내용, 사진, 데이터를 검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불심검문을 시행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인 장(張)씨는 지난 주말 푸젠(福建)성의 푸톈(福田) 출입국사무소에서 한 여성이 휴대전화를 세관원에게 검문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RFA에 전했다. 그는 “선전(深圳) 세관을 지날 때도 두 명의 세관원이 한 여행객의 휴대전화를 검문하는 것을 보았다”며 “최근 항저우와 난징 공항에서도 휴대전화에 어떤 사진을 저장했는지 확인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나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민감한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고 말했다. 천다오인(陳道銀) 전 상하이 정법대 교수는 “방첩기관이 국가 안보를 내세워 모든 사회 조직에 합법적으로 들어가 간첩 적발 훈련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어디에서나 국가안전부의 존재를 느끼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신방첩법(간첩방지법 수정안)을 시행한 뒤 외국 투자 감소 우려에도 스파이 적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천이신 부장은 지난달 15일 당 이론지 『추스(求是)』 기고문에서 ‘신오반(新五反) 투쟁’을 촉구했다. ‘신오반 투쟁’은 체제 전복, 해외 패권, 국가 분열, 국내·외 테러, 스파이 방지를 위한 반대 투쟁을 일컫는 신조어다. 일각에서는 1951~52년 한국전쟁 당시 부패·낭비·관료주의 반대를 내세워 전국적으로 전개했던 ‘삼반(三反) 운동’의 재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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