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직’ 황우여의 전대 연기 논란…黃추천한 윤재옥 “위기수습 도움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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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던진 ‘전당대회 연기론’에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황 위원장은 8일 YTN라디오에서 “야당이 8월에 전당대회를 하기 때문에 우리가 8월에 전당대회를 한다고 해도 너무 늦은 건 아니다”며 “만약 전당대회 시기를 6월 말로 못 박으면 5월 20일경에는 후보 등록을 시작해야 하는데 원내대표 선거(5월 9일) 직후라 약속을 못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잘 마치고 본업에 복귀하는 걸 원한다”고 했지만, 전날 밝힌 ‘7월말~8월초 전대’ 주장을 꺾지 않았다. 황 위원장이 취임하기 전인 지난달 말 당은 당선인 총회를 통해 ‘6월말~7월초 전대’로 가닥을 잡았는데 황 위원장 주장대로라면 한달가량 밀리게 된다.

당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선수들끼리 하는 전당대회는 한 달이면 준비하는 데 충분하다”며 “욕심부리지 말고 전당대회 관리만 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성이 고우신 분이 말년에 욕되이 끝날까 저어된다”고 쏘아붙였다. 당권 주자들도 “집권당이 비대위 체제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당대회를 빨리해야 한다”(안철수 의원), “당선자 총회에서 황우여 비대위는 ‘관리형’으로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나경원 당선인)고 반발했다.

황 위원장을 추천한 윤재옥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6월말~7월초에 전당대회를 개최해서 조기에 지도체제를 정비하는 것으로 총의가 모였고, 그 역할에 가장 적합한 분으로 황 위원장을 추천했다”며 “황 위원장이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논란이 생길 수 있고,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위기를 수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은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뉴스1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은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뉴스1

전당대회 시기에 민감한 것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거취 문제와 엮여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가 연기되면 총선 패배 책임론이 희석돼 한 전 위원장의 출마 명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에서 “황 위원장이 한 전 위원장의 출마 길을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의식한 듯 당에선 한 전 위원장 출마설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저는 공천관리위원으로서 선거에 졌다는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에 원내대표를 안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한 전 위원장도 출마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홍준표 시장도 “대선 경선 출마 예정자는 당권·대권 분리 당헌상 2025년 9월 8일까지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대표 선거 출마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특정인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도 통화에서 “황 위원장과 한 전 위원장은 접점이 없고, 황 위원장이 따로 챙길 이유도 없다”며 “연기론의 근본 원인에는 임기를 길게 가져가고 싶다는 황 위원장의 욕심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6월말 7월초에 전당대회가 열리면 임기는 2개월 정도지만, 전당대회를 연기하면 더 오래 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의 경우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3·8전당대회까지 6개월 간 비대위원장을 지냈는데, 여권 관계자는 “황 위원장도 ‘정진석 모델’을 바라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위원장의 과욕 탓에 전당대회가 밀리면 당의 위기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승강기에 올라타고 있다. 뉴스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승강기에 올라타고 있다. 뉴스1

황 위원장의 ‘보수 정체성 강화론’도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황 위원장은 “우리가 외연 확장을 도모하다 보니 보수 결집이 약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보수 가치를 재건한다고 해도 그 일은 차기 대표가 할 일”이라며 “황 위원장이 권한 밖의 일을 자꾸만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우여 비대위는 10일 비대위원 인선을 마친 뒤 13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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