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네타냐후…휴전협상 '밀당'에 속타는 바이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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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라파 공격 작전을 계속하기로 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바이든(왼쪽)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라파 공격 작전을 계속하기로 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바이든(왼쪽)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만류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 지구 라파에 대한 지상전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민간인 보호 대책이 없는 라파 지상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미국ㆍ이집트ㆍ카타르 등이 중재하고 있는 휴전 협상이 이스라엘의 미온적 태도로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지고 이스라엘군이 라파 민간인 소개령을 내려 지상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 상황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약 30분간의 통화에서 잠재적으로 100만 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라파 지상 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전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현재 예견되는 라파 작전에 대해 우리는 지지할 수 없다”며 미국의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규모 군사작전이 임박한 징후에 깊이 우려한다”고 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지상전 강행 의사를 꺾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요구사항에 못 미친다”며 라파 공격 작전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전쟁 사태 해법을 둘러싼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네타냐후 총리가 대(對)하마스 전에서 강경 기조를 고집하는 것은 자국 내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2년 말 이른바 ‘무지개 연정’을 토대로 3차 집권에 성공했지만 대법원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사법부 개편을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2023년 1월 초엔 시민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와 총리 퇴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현재까지 1400여 명의 희생자가 나오는 등 예상치 못한 피해에 총리 퇴진 여론이 재점화하자 ‘하마스 섬멸’을 앞세워 내부 불만 여론을 잠재우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미국 내 대학가를 중심으로 반전 시위가 확산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개전 초부터 쭉 ‘자위권 옹호’ 등의 논리로 이스라엘에 힘을 보태 왔지만 '레드 라인'을 넘나드는 네타냐후의 행보에 바이든의 인내심이 바닥이 나고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달 1일 미국 시민을 포함한 7명 국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오폭 사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용납할 수 없다. 민간인 보호를 위한 즉각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해 온 미국의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한 것은 최후통첩성 경고로 해석됐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가자지구 종전을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가자지구 종전을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특히 친이스라엘로 기우는 듯한 바이든 정부의 노선에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청년층과 무슬림의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면서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CNN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정책에 미 국민 71%가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같은 조사 때 나온 부정적 평가 비율 65%에서 6%포인트가 상승한 수치다. 18~34세 유권자로 좁히면 이들의 81%가 부정평가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미 정부가 지난주 이스라엘에 보내려던 미국산 탄약 선적을 보류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갈등은 극우 성향의 네타냐후가 추진하던 사법 개편과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에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역행’이라고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두 사람의 공개 설전 속에 이스라엘 총리가 취임 후 곧바로 백악관 정상회담에 초청받는 관례도 지켜지지 못했다. 두 정상의 대면 회담은 네타냐후 총리 취임 9개월 만인 2023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야 이뤄졌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왼쪽 두번째) 국왕이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오찬 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 웨스트윙을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요르단의 압둘라 2세(왼쪽 두번째) 국왕이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오찬 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 웨스트윙을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네타냐후 총리의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와 오찬을 함께 하며 인질석방 협상을 타결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압둘라 2세 국왕은 가자지구 위기의 항구적 종식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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