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디지털 세상 읽기

싸움톡의 기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스마트폰이 가져다준 편리함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사람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게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앱이다. 메신저는 필요하면 전화처럼 동기화(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고, 원하지 않을 경우 이메일처럼 비동기화 소통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런데 그 이점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를 말다툼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문자로 싸운다고 해서 영어로 ‘펙스팅(fight+texting)’이라 부르는 이런 소통법은 미국의 영부인 질 바이든이 남편을 떠나지 않는 경호원들이 듣지 않게 싸우는 방법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유명해졌다.

싸움이 좋은 건 아니지만, 갈등을 풀어야 할 때 말로 다투는 것보다 오히려 낫다는 주장도 있다. 당장 답을 해야 하는 대면 대화와 달리, 원하지 않을 경우 답을 늦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이 가라앉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말로 생각을 밝히는 데 익숙하지 않은 성격이라면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면전에서는 자존심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메신저에서는 뜻을 굽히기도 한다.

하지만 메신저로 싸우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이 말로 의사소통을 할 때는 문장만으로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은 말하는 사람의 음성의 크기, 얼굴 표정, 바디 랭귀지를 통해 의미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데, 문자에는 그런 요소들이 모두 빠지기 때문에 쉽게 오해를 부른다. 가령 “네”라고 짧게 대답한다면 흔쾌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기분이 상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네” “네네” “넵” “넹” 등의 다양한 표현을 개발하고, 이모지를 함께 넣어서 전달하는 이유가 그거다. 중요한 건 대면 대화와 메신저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해서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