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도 못 밟아보고…고우석, 샌디에이고서 짐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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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고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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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26)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한 번도 못 밟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떠났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5일(한국시간) 고우석과 딜런 헤드(20), 네이선 마토렐라(23), 제이콥 마시(23)를 마이애미 말린스에 내주고 강타자 루이스 아라에즈를 영입하는 내용의 4대1 트레이드를 했다.

2022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아메리칸리그 타격 1위에 오른 아라에즈는 지난해 마이애미에서 내셔널리그 타격 1위에 올랐다. 내야 수비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콘택트 능력만큼은 MLB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샌디에이고 이적 후 출전한 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선 6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마이애미는 6일 현재 10승 26패로 내셔널리그 동부 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고우석과 함께 마이애미로 이적한 헤드는 2023년 1라운드에 지명된 발 빠른 외야수다. 마토렐라와 마시는 대학에서 타격 재능을 보여준 선수들이다. 3명 다 미래를 내다보고 뽑은 선수들이다.

그러나 고우석은 마이애미가 원했다기보다는 트레이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카드로 보는 게 맞다. 고우석을 즉시 전력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KBO리그 통산 139세이브를 기록한 고우석은 지난 1월 포스팅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계약했지만, 메이저리그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했다. 마이너리그 더블A 성적은 10경기에 나와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38이다.

이적 후 고우석은 곧바로 트리플A 팀인 잭슨빌 점보 슈림프로 향했다. 조금 더 수준 높은 타자들과 겨루면서 적응할 수 있게 됐다. 마이애미 불펜 사정도 좋지 않다. 구원투수 평균자책점은 4.97로 30개 구단 중 25위다. 선발진도 불안해서 구원투수 투구 이닝은 145이닝으로 제일 많다. 불펜 자원이 그만큼 필요하다는 의미다.

피터 벤딕스 마이애미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은 “고우석이 KBO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앞으로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팀 불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와 2+1년 최대 총액 940만 달러(128억원)로 계약했다. 올해 연봉은 175만 달러(24억원)다. 계약 조건엔 내년부터 마이너리그행 거부권이 포함됐는데 이게 독이 될 수도 있다. 구단 입장에선 마이너리그로 보내지 못한다면 방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고우석으로선 시간이 많지 않다. 올해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마이애미가 고우석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고우석에겐 올해 남은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잘 적응해야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는 내년 시즌에도 미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내 입장에선 빨리 돌아오는 게 좋지만, 고우석이 미국 무대에서 좋은 경험을 쌓길 바란다. 자신감을 회복해 새 팀에서 꼭 예전의 구위를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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